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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新 엽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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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新 엽전론?

입력
2001.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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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한국방문의 해여서인지는 몰라도 지난해부터 부쩍 독자투고에 '외국인이 보고 있으니 고치자'는 내용이 많아졌다.교통 무질서를 지적하거나 고객을 무시하는 상가를 질타하는 글 등 소재는 다르지만 한결같이 '외국인도 자주 찾는 곳인데 이러면 되겠는가' '외국인이 많이 올 텐데 이런 모습을 보여주어서는 안될 것이다'라는 구절로 끝을 맺곤 한다.

'독자의 소리'는 독자가 투고한 글에서 맞춤법이나 어법도 바로 잡고 내용도 축약해서 내보내므로 이런 구절은 대부분 삭제를 한다.

문제면 문제이지 외국인이 봐서 더 큰 문제는 없기 때문에 이런 구절을 자른다고 문맥이 통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정작 독자들에게 소개되는 독자투고에는 사라졌지만 이런 구절이 들어있는 독자투고를 매일 한 두개씩은 보게 되는 담당 데스크의 심정은 매우 복잡하다.

평범한 서민인 독자들의 움직임에는 분명 우리 사회의 민심이 담겨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든 것을 외국인 기준으로 판단하게 되었을까. 왜 한국인인 내가 불편하니 고치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독자들이 투고 말미에 외국인을 언급하는 심리는 대충 이런 것이리라. 한국인의 모습을 객관화해보면 더욱 부끄럽게 느껴지지 않느냐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최근 우리나라의 모든 문제가 외국의 시각을 강조하면 해결이 빨랐던 때문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1997년 국제통화기구(IMF)의 구제금융을 받게 된 후 IMF의 경제개혁안을 그대로 따르면서, 또 외국평가기관의 기업평가에 일희일비하면서 어느덧 외국의 평가기준이 이 땅에서 몸담아 살면서 문제점을 체득한 이들의 지적보다 상위에 있다고 보게 된 것이 아닐까.

이 때문에 우리 기준이 살아 남아 있어야 할 곳에서조차 기준이 사라졌다. 최근 문제가 된 S.E.S의 편법 입학사건도 그 고등학교가 외국계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 해 구속된 진승현씨는 단돈 10달러로 외국계 유령회사를 차려 회사 공금을 수백억원씩 빼돌릴 수 있었다. 기업매각의 절차나 기준이 외국계 회사에나 한국계 회사에나 동일하게 엄격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공적자금을 쏟아부어 살려낸 제일은행이 부실채권을 인수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것도 외국계 은행이니까 가능한 일이다.

만일 국내 다른 은행들도 이 같은 자율권을 진작에 가질 수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곤경을 겪었을까. 이 같은 외국 우대의 흐름은 결국 한국인의 체험이나 제안으로는 부족하다는 일종의 新엽전론을 독자투고에 부활시킨 모양이다.

분명 우리 사회는 선진국과 비교하면 부족한 점이 많다. 달라져야 한다. 그렇기에 더욱더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사는 사람이 느끼는 불편과 부당함이 고쳐져야 한다.

외국인을 배척하고 차별해서도 안되겠지만 외국인의 평가를 무조건 우위에 놓는 것도 실은 뒤틀린 민족주의이다. 새해에는 정부나 국민이나 현실의 문제를 있는 그대로 보고 해결책을 찾는데 더 당당해졌으면 좋겠다.

여론독자부장 서화숙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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