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군의 꿈을 철저하게 짓밟은 사건입니다."국방부에 근무하는 한 여군장교의 말처럼, 8일 보직 해임된 육군 모사단장 의 성추행 사건은 경직된 우리의 군 문화, 그리고 이 때문에 여군들이 겪고 있는 '2중의 고통'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사단장이 직속부하인 A 중위를 처음 추행한 것은 1999년 12월 지역주민까지 함께 자리한 회식 모임에서. 갓 소위로 임관해 부대 발령을 받은 지 2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수십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군문에 들어섰던 그녀가 받은 충격은 가히 짐작이 간다. 사단장은 그뒤에도 전혀 두려울게 없다는 듯 다음해 6월까지 수시로 집무실로 부르거나 심지어는 퇴근후 공관에 까지 오도록 지시해 끌어안거나 입을 맞추려 했다.
A 중위는 사단장의 행태를 상급 장교 들에게 하소연하며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누구하나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고, 상급기관에 알리지도 않았고 한다.
참다못해 지난해 7월 군단사령부로 전출간 A 중위는 고민하다 결국 지난해 12월 29일 고소장을 냈지만, 바로 다음날 고소를 취하하고 말았다.
자신과 상담했던 고참 장교 등에게 누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취하했을 것이라는 게 육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고소후 사방에서 A 중위에게 가해졌을 압력의 세기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눈 앞에서 벌어진 불의를 모른 척하는 상황에서는 어떤 '군기문란 방지비침'을 만들어도 소용이 없다. 내부고발자 조차 허락되지 않는 경직된 군 문화를 뜯어고치게 하는 것이 군에서 잇따르고 있는 성추행 사건을 뿌리뽑는 첫걸음이라고 본다.
황양준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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