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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용 총장 긴급간담회 배경 / "세금 횡령" 규정 수사 중심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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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용 총장 긴급간담회 배경 / "세금 횡령" 규정 수사 중심잡기

입력
2001.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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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용(朴舜用) 검찰총장이 8일 기자 간담회를 자청, 이번 사건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하고 이에 따른 검찰 입장을 발표하고 나선 것은 정치 공방에 휘말려 수사의 본질이 실종될 것을 우려한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보인다.박 총장은 이날 이번 사건에 대해 "혈세로 만들어진 국가예산을 불법 횡령한 중대 범죄 행위를 수사하는 것이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총장 발표 배경 검찰은 그동안 계좌추적 등을 통해 사건의 윤곽을 파악했으나 1996년 4ㆍ11 총선 당시 신한국당 사무총장으로 선거자금을 관리한 강삼재(姜三載) 의원을 조사하지 않을 경우 정확한 사건 실체를 규명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해왔다.

박 총장은 이날 "4ㆍ11 총선전 안기부가 신한국당에 지원한 940억원 전액이 당시 강 의원이 직접 관리하던 차명 계좌에 입금됐다"고 밝혀 강 의원 조사가 이번 수사의 핵심임을 분명히 했다. 강 의원 조사의 불가피성을 강조, 향후 강제 수사에 따른 명분을 축적하기 위한 것이다.

박 총장은 동시에 "이번 수사는 정치자금인지 여부 등 '용도'가 문제가 아니라 '출처'를 문제 삼는 것"이라고 말해 수사의 범위를 명확히 했다. 95년도 안기부 예산과 재경원 예비비 및 구 안기부 남산청사 매각 대금 등 국고 1,157억원을 어떻게 횡령하고 어디에 사용했는지를 규명하는데 수사가 국한될 것임을 확인한 셈이다.

갈수록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대선자금 공방으로 수사 본질이 변질되지 않도록 하는 한편, 방탄국회를 열어 강 의원 소환을 실력 저지하려는 한나라당에 명분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검찰 수사전망 검찰은 강 의원이 안기부가 4ㆍ11 총선전 신한국당에 전달한 940억원의 자금 관리와 분배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지목한 만큼, 일단 강 의원 소환 조사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강 의원 조사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신한국당 지도부와 '안기부-신한국당 커넥션'을 연출한 권력 핵심에 대한 수사가 어렵기 때문이다. 검찰은 강 의원이 소환에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또 구속된 김기섭(金己燮) 전 안기부 운영차장을 상대로 권영해(權寧海) 전 안기부장의 예산 횡령 지시 여부와 공모한 신한국당 파트너가 누군지를 강도높게 추궁해나갈 방침이다.

95년 6ㆍ27 지방선거자금 지원과 관련해서는 우선 민자당에 입금된 217억원을 관리한 당시 재정국 실무자들을 불러 안기부 예산이 당 자금으로 들어온 경위를 조사한 뒤 당시 사무총장이던 김덕룡(金德龍) 의원을 조사하는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박총장 일문일답

박순용(朴舜用) 검찰총장은 8일 긴급 기자 간담회를 열고 "정치권은 사건 본질을 왜곡시키지 말고 수사에 적극 협조해 달라"고 촉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갑작스레 기자 간담회를 마련한 이유는.

"이번 사건은 국민혈세인 국가예산을 불법 횡령한 중대 범죄다. 수사 본질과 달리 정치자금, 통치자금 수사라는 말이 자꾸 나온다.

검찰은 사실 정치자금에 관심없다. 여야가 이해관계에 따라 사건 본질을 다른 방향으로 해석해 난감하다. 물론 정치권 수사는 불가피하고 정치권 협조 없이는 수사진행이 어렵다. 여야 모두 공방을 자제하고 수사에 협조해 달라."

-안기부 자금을 받은 185명은 모두 당시 신한국당 소속인가. 95년 지방선거때 받은 사람은.

"대부분 그렇다. 185명중에는 지자체장 선거때 돈 받은 사람도 포함돼 있다."

-940억원이 자신이 관리하던 계좌로 입금된 강삼재(姜三載) 의원에 대한 수사계획은.

"강 의원 조사는 필수적이다. 정치권에 협조를 요청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떳떳하다면 기자회견을 통해 해명할게 아니라 (검찰에) 나와서 모두 밝히면 될 것 아닌가."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 부자도 수사 대상에 포함되나.

"수사하면서 필요에 따라 하는 것이지 조사 여부를 미리 단정적으로 정해놓고 있지는 않다."

-김덕룡(金德龍) 한나라당 의원도 소환, 조사하나.

"95년 지방선거 당시 민자당 사무총장이지만, 아직 계좌 관리한 실무자 조사도 안됐다."

-정치권에서 97년 대선자금도 수사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현 단계에서 말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자금 흐름을 계속 따라가 봐야 한다.

현재는 총선과 지방선거 때 들어간 1,157억원의 출처 및 사용처가 수사 대상이다. "

-DJ 비자금과 출발은 다르지만 궁극적으로는 정치자금 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정치자금인지 아닌지 용도를 놓고 왈가왈부하는게 아니다. 국가 예산 횡령이 문제다. 애초 이 사건을 딱 찍어서 수사한게 아니다. 경부고속철 차량 선정 로비 수사의 연장선에서 이번 사건이 터져나왔다는 건 여러분들이 잘 알고 있지 않느냐."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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