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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이렇게](2) 최창신 前 조직위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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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이렇게](2) 최창신 前 조직위 사무총장

입력
2001.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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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을 준비하고 치르기 위해서는 국제축구연맹(FIFA)을 비롯한 각종 국제기구 및 이익집단과 제대로 협력해 나가야 한다. '제대로 된 협력관계'라는 게 결코 수월하게 얻어질 수 있는 열매가 아니다.상대방 요구사항을 무조건 수용하면 일은 조용히 진행될지는 몰라도 우리는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반대로 우리만 이득을 보겠다고 일방적 주장을 일삼으면 국제적으로 바보취급을 당하게 되고 결과도 좋을 리 없다. 중용을 지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중요한 회의에서 치밀한 전략과 슬기로 유리한 결실을 얻어내야 한다.

가장 먼저 신경써야 할 대상은 일본 월드컵조직위(JAWOC). 대회 유치단계에서는 어쩔 수 없이 치열한 경쟁을 했으나 지금은 한 배를 탄 '동반자관계'. 이해를 같이 할 때가 많지만 가끔 미묘한 갈등을 일으킬 소지도 있어 크게 신경을 써야 하고 결국 절묘한 '협력방정식'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 동안 한ㆍ일 두 조직위는 좋은 의미에서 적지 않은 일화를 남겼다. IMF 때는 일본 조직위가 호들갑스럽지 않으면서도 실질적으로 우리를 밀어주기도 했다. 필자에게는 서로에게 고마운, 그리고 아름다운 추억들이 많다.

이런 관계가 계속 유지되면서 좋은 결실이 끊임없이 거두어져야 할 텐데 조금 걱정이 깔린다. 우리 조직위(KOWOC)는 기획과 추진력에서 앞서고 JAWOC은 경험과 꼼꼼함에서 우리를 능가한다. 서로 노력하여 상호 보완적 관계를 구축해나가야 할 것이다.

긴밀한 협력관계는 FIFA와도 물샐 틈 없이 유지돼야 한다. 올림픽과는 달리 월드컵대회는 FIFA의 권한과 책임이 절대적이다.

좀 심하게 표현하면, 한ㆍ일 양국 조직위는 FIFA의에이전트에 불과하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역학관계에서도 우리의 위상과 명분을 살리면서 실리도 챙겨야 한다. 각종 규정과 경험부족 등의 불리함을 딛고 이를 달성해내는 일은 실로 어렵다. 그러나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업무에 정통해야 하고 순간 판단력이 뛰어나야 하며 인간적 유대관계가 확실해야 한다. 필자가 총장 재직시절 FIFA의 고유권한을 양보시켜 상당히 큰 금액의 이득을 올렸고 이를 국내 관련 업체들에게 고루 나누어 주도록 조치한 일들이 기억에 남아 있다.

가장 어려운 상대는 FIFA의 마케팅대행사인 ISL(스위스 루체른 소재). 절대적 권한을 갖고 있는 FIFA조차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로 대단하다. 그렇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어떤 상대에게도 약점은 있게 마련. 이를 감안하여 기민하고 용감한 협상력을 발휘한다면 기선을 제압하지 못할 것도 없다.

이밖에도 숙박 및 입장권의 바이롬(영국), 방송관련 HBS 등 많은 단체와 회사들이 도사리고 있다. 필자가 지난 4년 동안 이들과 상대하면서 쌓은 소중한 경험과 깊은 인간관계 등 무형의 자산을 별 것도 아닌 일로 하루 아침에 쓰레기통 속에 내던져야 했던 현실이 안타깝다.

한ㆍ일 관계는 월드컵뿐만 아니라 두 나라의 장래를 위해서도 소중하고 진지하게 다뤄져야 마땅하다.

/최창신/전 월드컵조직위 사무총장

*본란은 각계 인사가 돌아가며 기고하는 주간연재입니다. 다만 최창신 전사무총장의 경우 월드컵 행정경험을 토대로 한 조언을 5회에 걸쳐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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