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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고개 지키는 추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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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고개 지키는 추리소설가

입력
2001.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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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의 눈동자' '제5열' '최후의 증인'등 추리소설로 널리 알려진 작가 김성종(60)씨가 부산 해운대 달맞이 고개 지킴이로 나섰다. 구랍 21일 부산의 법조계 문화계 인사들이 발족한 '달맞이 트러스트 추진 위원회'의 공동 대표를 맡은것.지금의 달맞이 고개를 지켜보는 그의 마음은 안타깝다. "빌라 음식점 카페 등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어요. 지금 추세라면 달맞이 고개의 송림과 기암절벽이 언제, 어떻게 망가질 지 몰라요."

부산 해운대에서 송정으로 넘어가는 바닷가 언덕 달맞이고개는 대한8경의 하나로 꼽힐 만큼 경치가 아름다운 곳.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쪽빛 바다는 특히 환상적이다. 정월대보름에는 달을 보기위해 전국서 인파가 몰려온다. 하지만 최근 건물이 무분별하게 들어서면서 옛모습을 많이 잃은 상태다.

김씨는 "관할 구청 입장에서는 법적 하자가 없으면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 없었고 만약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땅 주인들이 행정소송, 행정심판을 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그래서 구청에만 맡길 게 아니라 이제는 시민이 나서야 할 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트러스트는 한평 회원, 1㎡회원, 나무 한그루 회원 등으로 나눠 모금을 하고 있다. 우선 11월 말까지 10억원을 모아, 호텔을 짓는다며 파헤쳐 놓은 고개 중턱의 3,000평을 매입, 보존하고 이후 매입 토지를 확대할 계획이다.

김씨가 이처럼 공동 대표까지 맡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나선것은 달맞이고개와 맺은 남다른 인연 때문이다. 그는 1992년 사재 20억원을 들여 이곳에 추리문학관을 세웠다.

추리문학관에는 추리 소설 3만여권이 있는데 입장료만 내면 음료수를 마시면서 추리소설을 맘껏 읽을 수 있다. "개관할때만 해도 이곳에는 우리 건물밖에 없었고 나머지는 울창한 숲이었어요."

전남 구례 출신으로 서울서 활동하던 김씨는 부산지역 신문에 소설 연재를 하면서 몇차례 오르락 내리락하다 1980년 가족과 함께 부산에 정착했다.

김씨는 "한사람이 큰 돈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러 사람이 적은 돈을 내놓는 것도 가치가 있다"며 "부산시민 뿐 아니라 다른 지방 사람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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