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의 기록적인 큰 눈으로 전국이 꽁꽁 묶였다.거리는 온통 흰 눈에 덮여 텅텅 비었고, 그나마 어렵게 길에 나선 자동차들은 제 방향을 찾지 못해 갈지지로 기었다. 산간과 섬 지방들은 이웃과도 소통이 끊긴 채 고립됐고, 곳곳에서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한 지붕들이 무너져 내렸다.
서울시 등 전국의 지자체는 제설요원과 공무원 등을 동원, 하루종일 제설작업에 비지땀을 흘렸으나 계속 퍼붓는 눈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8일 새벽에는 기온마저 영하로 떨어짐에 따라 출근길의 대혼란이 우려된다.
■ 사고
7일 오전 9시50분께 폭풍경보가 내려진 제주 서귀포 남동쪽 73마일 해상에서 부산선적 120톤급 트롤어선 수리아(SURIA)21호(선장 강윤석ㆍ41)가 파도에 휩쓸려 침몰하면서 항해사 이봉주(37), 조기장 이한기(43)씨 등 2명은 실종됐다.
낮 12시30분께는 서울 동작구 신대방2동 보라매공원내 체육진흥센터 건물천장이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 못하고 무너져 내렸고,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의 야적장 가건물도 붕괴됐다.
오전 9시께 서울 도봉구 방학동 사거리에서 마티즈승용차(운전자 이영숙ㆍ33ㆍ서울 도봉구 창동)가 미끄러지면서 엘란트라 승용차(운전자 김종철ㆍ37)와 추돌하는 등 도처에서 차량 사고가 속출했다.
■ 교통두절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에서 미시령 정상간 6.5㎞의 차량운행이 전면 통제되고 88고속도로 고령-함양도 차량통행이 제한됐다. 특히 가장 많은 눈이 내린 대전ㆍ충남북 지역의 국도들은 대부분 정상운행이 불가능했다.
전국 고속도로들도 폭설로 빙판길을 이루면서 운행 차량들이 곳곳에서 극심한 체증을 빚었다.
경부고속도로는 추풍령 구간에서 차량들이 시속 5~10km로 거북이 운행을 했으며 청주 부근, 옥천휴게소_영동, 황간휴게소_황간, 천안삼거리부근에서 극심한 정체현상을 보였다. 서울에서는 오전 일찍부터 북악산길과 인왕산길, 남산순환도로가 통제됐다.
한편 계룡산, 속리산, 월악산, 소백산 등 전국 15개 국립공원의 입산이 전면 통제되면서 등반객 257명이 대피소에 고립됐다.
■항공기 및 여객선 결항
비행기와 여객선도 무더기 결항사태를 빚어 승객들과 도서주민들의 발을 완전히 묶었다. 오전까지 부분 운행하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의 국내선 전노선이 오후들어 운행을 전면 중단했고, 국제선 항공기들도 대부분 결항했다. 이 때문에 전국의 각 공항마다 운항여부를 묻는 승객들의 문의전화가 폭주했고, 대합실은 운항재개를 기다리는 승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전 해상을 엄습한 폭풍의 영향으로 초속 18㎙내외의 강풍에 파도높이도 4㎙에 달하면서 섬 지역 101개 항로 여객선 운항도 전면 중단됐으며, 각 포구에는 수천척의 어선들이 풍랑을 피해 긴급 대피했다.
■ 농작물 피해
대규모 딸기농사 재배지역인 충남 부여군 일대 비닐하우스 200여동이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주저 앉았으며 시설작물재배지역인 충남 서산, 홍성, 아산 등 서북부지역에서도 비닐하우스 피해가 잇따랐다. 또 대규모 인삼 재배지역인 금산군 남일면과 금성면 일대도 쌓인 눈으로 인삼밭 지지목이 부러지는 사고가 속출했다.
■입시생도 비상
9일 연세대와 고려대 등 대학입시 논술시험을 보는 수험생과 학부모들도 발을 동동 굴렀다.
제주의 수험생 부모 강모(48)씨는 "아들이 내일 고려대 논술시험을 보는 데 비행기가 뜨지않아 큰 일"이라며 초조해했다. 대한항공 제주공항측은 "7일 저녁까지도 결항이 풀리지 않으면 내일 특별기를 준비, 긴급 수송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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