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11일 연두 기자회견은 정국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 대통령이 안기부 선거자금 수사, DJP 공조복원 등 첨예한 쟁점들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대야 관계 등 향후 정국운영의 기본 자세를 밝힐 것이기 때문이다.김 대통령은 당초 연두 기자회견의 중점 포인트를 국정쇄신 방안의 발표에 두었다. 그러나 새해 벽두부터 안기부 선거자금 수사 등으로 대치정국이 형성되면서, 국정쇄신 방안 보다는 정치 쟁점의 해법에 무게중심이 이동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야당도 김 대통령의 회견을 주시하고 있다. 안기부 선거자금 수사가 어느 수준까지 갈 지, 김 대통령이 야당을 적대적 대상으로 삼을 지, 파트너로 대할 지가 회견에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현 국면에서만 보면, 김 대통령은 일단 강한 자세를 견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외형과는 달리 이면의 흐름마저 강경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영수회담에서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총재가 취한 격한 자세가 김 대통령을 격발시켰고 여권내에 강경론을 우세해지게 했지만, 김 대통령의 내심이 완전히 일전불사(一戰不辭) 쪽으로 기운 것은 아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경제를 일으켜 세워야 하고 국정에 책임을 진 대통령이 난전(亂戰)이 계속되는 것을 방치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실제 김 대통령은 여야 영수회담을 부부동반으로 하려했을 때만 해도 여러 카드를 준비했다는 후문이다. 회담의 분위기만 좋았다면, 범야권 인사의 정부요직 추천을 요청했을 수도 있고 5일 민주당 원내외 위원장들과의 만찬에서 밝혔던 '공정한 대선관리자'의 다짐도 있었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 핵심 인사들의 귀띔이다.
그렇다고 김 대통령이 안기부 선거자금 수사의 봉합을 지시할 수는 없다. 국기문란의 범죄인 이상 원칙적이고 철저한 수사가 강조될 수 밖에 없다. 다만 이 총재와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가 아니라는 점이 우회적으로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정국 전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야당도 화답의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이다. "이 총재가 김 대통령을 무차별 공격하는 자세를 고치지 않는 한 이런 구상이 현실화하기는 어렵다"는 게 여권내 온건론자들의 생각이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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