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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구조조정 빠르고 한꺼번에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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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구조조정 빠르고 한꺼번에 해야"

입력
2001.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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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맥패든(Daniel McFaddenㆍ64) UC 버클리대 교수는 한국의 경제 구조 조정과 관련, 신속한 개혁만이 고통을 줄이는 길이라고 조언했다.맥패든 교수는 5일(한국시간) 한국일보와의 단독 신년 인터뷰를 통해 "(한국이) 빠르고 철저하게 경제 개혁을 진행해야 한다"며 "특히 금융 분야에서의 신속하고 공격적인 개혁이 고통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맥패든 교수는 또 현재 미국 경제가 기술적인 조정기나 경기 후퇴를 겪을 수 있으나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는 낙관적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그러나 부시 행정부의 경제팀은 클린턴 행정부의 경제팀에 비해 경험이 부족해 위기 대처 능력은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맥패든 교수는 8월 서울에서 열리는 연례 국제 통계학회(International Statistical Institute)에 공동 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해크먼(James Heckmanㆍ57) 교수와 함께 방한할 예정이다. 2번째 방한이다.

/편집자

-노벨상 수상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학교에 내 전용 평생 주차장이 생긴 것을 비롯해 정말 많이 바뀌었다. 사인을 해 달라고 쫓아 다니는 사람이 생길 정도여서 록앤롤 스타가 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재미있기는 하지만 지나치면 연구 활동에 지장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가 오래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연방준비위원회(FRB)가 금리를 내렸는데.

"2주일 전에 할 줄 알았는데, 반가운 소식이다. 금리 인하는 경기 둔화에 완충 역할을 할 것이다. 금리 인하는 이번으로 그칠 것 같지 않다."

-닷컴 기업 뿐 아니라 하이테크 기업들도 부진하다. 하이테크 산업이나 실리콘 밸리의 역동성이 예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판단하는가.

"기술적인 시장 조정이나 경기후퇴(Recession)가 있을 수 있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난 8,9년간 자유무역 체제와 하이테크놀로지는 세계 경제의 엔진으로 긴밀하게 상호 작용했다. 앞으로도 이 기조는 지속될 것이다.

주식시장의 동요는 투자자들의 비현실적인 기대에서 비롯됐다. 시장은 이제 원칙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을 뿐이다."

-1997년 외환 위기 후 구조조정이 부진했다는 게 한국내의 자평이다. 금융 사고도 잇따라 도덕적 해이 현상이 사회문제화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개혁을 하려면 반창고를 떼는 것처럼 빠르고 한꺼번에 해야 한다. 조금씩 조금씩 벗겨 내서는 더 오래 아플 뿐이다.

특히 금융 분야를 공격적이고 신속하게 개혁하는 것이 고통을 줄이는 방법이다. 금융사기나 모럴 해저드 문제는 결국 한국이 국제 금융 시장의 경쟁 체제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데서 최선책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한국 경제 개혁에 학점을 매긴다거나 한국 경제의 장단점을 평가한다면.

"학점을 매길 수는 없고(웃으며),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하면 일반적으로 괜찮지 않았나 싶다. 아시아 경제에서는 역시 한국과 대만에 모범적 역할이 기대된다.

일본은 개혁을 시도하고 추진하는데 너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단점은 동전의 앞뒤와도 같다. 한국을 저개발 농업국에서 아시아의 핵심 공업국으로 급속하게 성장시킨 중앙집중적 산업ㆍ기업 형태가 지금은 다양성이 중시되는 컴퓨터, 소프트 웨어 시대를 맞아 제약 요소가 되고 있다.

경제는 늘 변하기 마련이다. 반면에 한국의 지난 40년은 대단히 성공적인 경제 역사였다. 그 성공의 요소를 잊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덧붙이자면 몇 년전 한국 방문 때 받은 인상인데, 미국식 교육 체계가 한국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만약 한국 교육이 내 소관이라면, 학생들에게 진학 기회를 여러 번 주고 전공을 자유롭게 바꾸게 하고 재교육도 다양화해서 교육 시스템의 융통성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겠다."

-한국에서는 금융 분야 외에 재벌도 구조조정의 핵심 목표가 되고 있다.

"재벌은 경제 발전에 기여한 대단히 우수한 엔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 경제도 작은 기업들이 쉽게 사업 기회를 공유할 수 있는 경쟁 체제와 분권화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기업 활동이 중소기업 위주로 세분화해 있는 대만의 경제 모델은 한국에도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부시 행정부의 경제팀에 대한 견해는.

"클린턴 행정부의 경제팀은 이례적인 강팀이었다. 세계 경제가 좋아서 행운도 따랐다. 새 행정부의 경제팀은 클린턴 진용 만큼 경험이 충분한 것 같지는 않다. 위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 걱정도 약간 되는 데 두고 봐야겠다."

-부시 행정부는 경쟁의 공정성 보다는 자유방임적 친기업 성향이 강한데.

"클린턴 행정부와는 다를 것이다. 반독점 문제와 관련해서 마이크로 소프트(MS) 사건의 경우 이번 행정부는 전 행정부처럼 강도 높게 나올 것 같지는 않다.

마이크로 소프트가 소송에서 벗어나는 것이 하이테크 산업 전체와 실리콘 밸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노벨상을 받았는데.

"오슬로에서 노벨상 수상자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처음 만났다.

김대통령은 대단히 지성적이었고 깊은 철학적 세계관이 돋보였다. 고난을 많이 겪은 것 같았다. 인상적인 신사였다. 인류 복지와 평화, 진보라는 공통된 목적을 위해 정치적으로 무엇을 더 잘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이야기가 많이 오고 갔다."

-UC 버클리에는 한국인 학생들도 많은데 특징을 꼽으라면.

"개인차가 있어서 일반적으로 얘기하기는 뭣하다. 여담이지만 한국 방문 때 한 저녁 모임에 갔는데 중견 정치인 몇 사람이 동참한 적이 있었다. 나 같은 경제학자와 무슨 연관이 있나 싶어서 왜 왔느냐고 물었더니 모두들 '당신의 제자들(UC 버클리 출신)'이라고 하는 대답을 들었다. UC 버클리에서 공부하는 한국 학생들이 꽤 있다."

-1960년대 사람들의 경제적 행동 양태를 분석한 이론으로 노벨상을 받았는데 늦은 감이 있지 않은가.

"내 연구는 기본적으로 수학적이고, 컴퓨터 작업에 기반하고 있고, 기술적인 것이다.

지금까지 주로 추상적인 경제 개념 연구 성과에 돌아갔던 수상자 선정 패턴과는 잘 맞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남북한이 인적ㆍ경제적 교류를 강화하고 있는데 이질적 행동 양식에 대한 우려가 강하다.

"독일 통일이 20~40년 걸린다고들 하지 않았는가. 남북한도 한 번에 장벽을 없애고 인구 이동이 자유로워 지면 갈등이 심각할 것이다. 우선 남한의 자본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북한의 노동집약적 산업을 육성, 상호 이익을 확인하는 시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문화적 차이는 워낙 독특한 것이어서 한국민들만이 해결할 수 있는 과제다."

버클리=김병찬특파원

bckim@hk.co.kr

고현진기자

jin@sfkt.com

■대니얼 맥패든은 누구인가?

'경제선택 동기 분석' 이론으로 노벨상 수상

계량경제학자인 대니얼 맥패든 교수는 개인이 어떤 교통수단, 직업, 제품을 선택할지 등에 대한 데이터 분석 틀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개인의 경제적 선택을 유발하는 동기와 환경을 분석하는 이 기술적 이론은 정부와 기업이 시민과 소비자들의 행태를 사전에 예측해서 정책이나 제품 생산 계획을 수립하는데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유명한 샌프란시스코 고속전철(BARTㆍBay Area Rapid Transit System)도 교통 소비자들의 행태 예측에 대한 그의 조사 연구를 토대로 건립됐다.

1964년 버클리 경제학과 조교수 시절 여자 대학원생이 캘리포니아 교통국의 고속도로 건설 방식을 분석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연구에 착수한 것이 노벨상 수상의 계기가 됐다. 그 제자도 지금은 경제학자다.

최근 그의 연구분야는 직업과 대학 선택의 연관성, 이사와 주택 시장, 자동차 신모델 등 광범위하다.

맥패든 교수는 노벨상 상금 43만 달러(4억1,600만원)를 이스트베이(EastBayㆍ샌프란시스코 동쪽 지역) 재단에 기부했다.

약력

▦1937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출생 ▦미네소타대 물리학과 졸업, 경제학 박사 ▦ 피츠버그대, MIT대, UC 버클리대 경제학과 교수 ▦UC 버클리대 계량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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