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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신뢰회복, 갈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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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신뢰회복, 갈길이 멀다

입력
2001.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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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사는 2001년의 새해 다짐으로 한국사회의 신뢰회복을 꼽았다. 새로운 밀레니엄의 시작과 함께 기대했던 한국사회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고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대한 실망과 좌절감이 늘면서 한국사회 불신의 극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한국정치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인 여야의 끊임없는 대결도 서로에 대한 불신에 기인한다.

경제에서도 신뢰는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은행을 불신하게 되면 예금인출 사태가 일어나듯이 한국경제에 대한 국제적 불신이 IMF 외환위기를 가져왔음을 우리는 잘 기억하고 있다.

시장의 불신은 모든 경제적 거래에서 추가적 비용을 발생시켜 비용이 높은 경제로 바꾸게 한다. 이를 우리는 거래비용의 확대에 따른 비효율성이라고 지칭한다.

정부의 신뢰가 무너진 경우에는 국민이 정부정책을 따르지 않게 되고, 자신들의 생존과 번영을 마피아와 같은 범죄집단에 의탁하게 된다.

미 조지 메이슨대의 정치철학자인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무형의 사회적 자원으로서 신뢰가 21세기 선진사회의 조건임을, 신뢰가 사회적 정치적 안정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경제적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 필수 불가결한 요소임을 지적한바 있다.

최근 선진국들의 사회경제적 발전을 논의하면서 신뢰를 사회적 자본의 중요한 형태로 보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신뢰가 가지는 사회발전적 함의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불신이 만연해 있다는 것은 그 동안 사회운용에서 법과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일관되지 않았으며, 부패가 만연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사회에 원래 신뢰가 존재하지 않았는가. 우리 나라에는 사적 신뢰는 높고 강하지만 공적 신뢰는 낮다고 한다. 실례로 공적인 기구 안에서도 사적 연결망을 통한 사적 신뢰확인이 일반화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공적 기구마다에 동향 모임, 동창회 모임 등의 사적 모임이 번창하는 것은 사적 신뢰가 공적 신뢰보다 훨씬 높다는 반증이다.

그러면 어떻게 공적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인가. 토크빌을 비롯한 많은 학자들은 시민공동체 또는 시민단체라고 부르는 사회적 결사체의 활성화를 지적한다.

연령과 직업에 관계없이 형성되는 시민단체, 종교단체, 도덕단체, 합창단, 취미클럽 등은 참여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협력의 기술과 집단사업에 대한 공동책임의식을 키우게 된다는 것이다.

단체에 참여하여 규율을 지키고 구성원에 대한 신뢰를 키우게 된다. 이러한 조그마한 공적 신뢰집단들이 성공하게 되면 동창회 등을 중심으로 하는 사적 신뢰집단이 약화하게 될 것이다.

개인과 국가의 차원에서 한국사회의 신뢰회복은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신뢰의 구성요소라고 할 수 있는 원칙성과 일관성,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시장경제 원칙을 천명했으면 시장경제 원칙에 충실하고, 정부는 작은 정부를 표방했으면 작은 정부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추가 공적자금 투입이 없다고 정부가 약속했으면 약속은 지켜야 하는 것이고, 감자가 없다고 약속했으면 중대한 상황의 변화가 아닌 이상 지키도록 노력은 했어야 했다.

수많은 비리사건들도 검찰은 투명하게 진실을 밝혀야 하고, 대북정책을 수행하면서 북한에게 약속한 것이 있다면 그것도 투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투명하지 않으면 불신을 키우게 된다.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의 불신을 신뢰로 바꾸기 위하여 꼭 필요한 것은 약속을 지키게 하는 사회적 시스템의 확보이다.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대접을 받고 약속을 어기는 행위가 처벌을 받게 되는 제도의 확보가 필요하다.

이것은 다름 아닌 법집행의 공정성과 엄격성을 의미한다. 지켜지지 않는 법, 집행되지 않는 법은 법의 붕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시스템의 붕괴와 사회적 신뢰의 마비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김인영 한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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