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빼!" "못빼!"말 많고 탈 많았던 수능시험을 어렵게 마치고 연세대 인문사회계열에 특차 합격한 조영래(趙英來ㆍ19ㆍ부산 진구 양정2동) 군은 합격의 기쁨도 잠시, 최근 새로운 전쟁을 치르고 있다.
바로 하숙집 구하기. 조 군은 "3년 동안 준비해 합격의 결실을 얻었는데 정작 몸 담을 곳이 없다"며 "정시 발표 전까지 수시로 상경해 부지런히 발품을 파는 것 외엔 뾰족한 수가 없다"고 난감해 했다.
요즘 벌어지는 전례없는 '하숙난'도 경제난국의 한 반영. 취업과 동시에 대부분 졸업생이 대학가를 뜨는 예년과 달리 온통 취업재수생들이 하숙방을 벗어나지 못한 채 공부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2년째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는 강모(28ㆍK대 졸업)씨는 "새내기들이 방구하러 왔다가 그냥 돌아갈 때마다 공연히 눈치가 보인다"며 "남 부끄러워서라도 떠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지만 학교 도서관이라도 나가야 마음이 놓이는 판이니."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숙집 주인들의 심사도 편치않다. 고려대 부근에서 하숙집을 운영하는 차모(42ㆍ여) 씨는 "매년 신입생이 들어오면서 방값을 올리는 것이 관행인데, 취직이 안돼 고민하는 하숙생에게 나가라는 말도, 방값을 올려달라는 말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답답해 했다.
원룸정보사이트 아이룸(www.iRoom.co.kr) 한양희(韓良熙ㆍ여) 기획팀장은 "하숙?자취방이 부족할 뿐 더러 입지가 좋은 곳들은 모두 '경험'이 풍부한 졸업생들이 차지하고 있다"며 "신입생들이 마냥 합격의 기쁨에만 취해 여유를 부리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고 충고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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