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미 행정부와 북한이 1994년 체결한 제네바 핵 합의는 조지 부시 미 행정부에서도 이행될 수 있을까.미국의 차기 행정부 외교ㆍ안보담당 참모들이 핵 개발 의혹 해소를 위해 북한에 지원하는 경수로 건설을 화력발전소 건설로 대체하자는 입장을 보임에 따라 제네바 핵 합의 이행 문제가 향후 북ㆍ미 관계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제네바 합의가 북한의 핵 개발을 동결, 한반도의 안정을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고 보는 클린턴 행정부와 달리 미 공화당 인사들은 제네바 합의에 대한 비판에서 대북 정책을 출발하고 있다. 북한의 핵 개발을 완전히 저지하지 못했으면서도, 북한의 협박에 보상으로 대응한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는 것이 비판의 골자이다.
콘돌리사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는 지난 해 '포린 어페어즈'지 기고를 통해 "제네바 합의는 북한에 핵 개발을 포기하도록 뇌물을 준 것이지만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폴 월포위츠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장은 대북 경수로 지원을 화력발전소 건설 등 재래식 전력 지원으로 대체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해왔다.
여기에는 경수로 방식의 경우 '흑연감속로 방식'보다는 어렵지만 플루토늄 추출이 가능하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또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화력발전소 건설을 통해 북한의 전력난을 조기에 해결함으로써 핵 사찰을 앞당기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문제는 이런 주장들이 현실화할 경우 경수로 건설 지연에 대한 대가로 전력공급을 요구하고 있는 북한과의 마찰이 불가피하다는 데 있다. 북한이 미측의 합의 파기를 이유로 다시 핵 개발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시위성 발언이나 행동'을 감행할 여지는 충분하다. 이 경우 양측 관계는 물론 한반도의 평화분위기도 급속히 냉각될 수 있다.
이 점에서 전문가들은 부시 행정부가 제네바 핵 합의 자체를 폐기한다든지 경수로 지원 사업을 중단하는 모험을 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부시 행정부가 화력발전소 건설을 강행하려 할 경우 지금까지의 북ㆍ미 관계 진전이 무위가 될 수 있다는 부담이 있다"면서 "따라서 경수로 건설 지원 및 중유 공급에 대한 대가로 핵개발 동결에 대한 투명성을 보다 강조하는 차선책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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