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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우리 종철이 魂이 저기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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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우리 종철이 魂이 저기 있는데..."

입력
2001.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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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억울하게 숨을 거둔 곳에서 원혼이나마 달래주고 싶었는데. ."1987년 서울 용산구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현 경찰청 보안분실)에서 고문끝에 숨진 고(故) 박종철씨의 아버지 박정기(朴正基ㆍ72ㆍ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장)씨가 14년만에 '현장 방문'을 신청했다가 거부당해 안타까워 하고 있다.

박씨는 아들의 기일(이달 14일)을 앞둔 10일쯤 대공분실 509호실에서 조촐한 위령제를 가질 생각이었다. 경찰의 불허 이유는 "대공시설인 만큼 보안상 문제가 있어 일반인에게는 내부를 공개할 수 없다"는 것.

박씨는 "지금이 서슬퍼런 군사정권 시대도 아닌데 당국이 뻔한 이유를 들어 방문을 불허한 것은 지나친 권위주의적 태도"라며 "종철이의 원혼이 지금껏 그 방을 떠도는 것 같아 애비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아들을 빼앗아간 그 곳으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겠다"고 수없이 다짐했으면서도 박씨는 아들이 그리울 때 마다 한달에도 몇번씩이나 찾아가 굳게 닫힌 철문과 높은 벽으로 가려진 건물 주위를 맴돌았다.

그동안 민주화운동보상법과 의문사진상규명 특별법이 제정되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노벨상을 받는 등 세상이 크게 바뀌었고 경찰은 얼마전 대공분실 509호를 역사의 산 교훈으로 삼겠다며 보존방침까지 밝혔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뿐"이라는 박씨는 "이번 기일에는 혼자서라도 대공분실 앞에 가 종철이를 만나고 와야겠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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