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세 높이는 與민주당은 6일 안기부 선거자금 지원과 관련, 정치적 흥정이나 타협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대야 공세의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 올렸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사전 인지 여부를 본격적으로 따지기 시작했고 안기부예산이 97년 대선자금으로 지원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새롭게 문제를 제기하는 등 전선을 확대했다.
박상규(朴尙奎) 총장은 "현재 우리 당에 와 있는 의원 등 정치인이 관련됐다고 하더라도 달라질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면서 "여야를 막론한 엄정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결연함을 보였다.
민주당은 이날 한나라당 이 총재가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야당탄압' 운운하는 것은 '가증스러운 작태'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이 총재를 압박했다.
김영환(金榮煥) 대변인은 성명에서 "부반장과 줄반장이 벌 서고(구속돼) 있는 데 반장이었던 이 총재가 '나 몰라라' 하는 것은 희대의 정치 코미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변인은 이어 이 총재가 당시 신한국당 선대위의장으로 실질적 권한이 있었음을 증명하는 언론보도 등을 제시하면서 "선거판세 분석을 통해 자금을 차등 지원한 조직적 범죄가 자행됐는 데도 선거 최고 책임자인 이 총재가 몰랐다면 아연실색할 일"이라고 몰아쳤다. 김 대변인은 이 총재가 진실을 고백하고 국민 앞에 사죄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 대해 '비자금' '임기중 부정축재' 운운한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자중자애'를 촉구했다.
이명식(李明植) 부대변인은 "당시 신한국당 총재였던 김 전 대통령은 이 엄청난 잘못에 대해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는 심정을 가져야 마땅하다"며 이같이 촉구했다. 검찰소환에 불응한 한나라당 강삼재(姜三載) 부총재에 대해서도 비난의 화살이 퍼부어졌다.
이 부대변인은 "강 부총재가 16대 국회에 신고한 재산이 8억인데 두 배 가까운 15억원이 자신의 통장에 입금된 사실을 기억 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을 믿을 사람은 없다"며 검찰 출두를 요구했다.
민주당은 이날 안기부 예산의 97년 대선자금으로의 유입 가능성을 거론하고 유실된 안기부 예산의 국고환수를 촉구하면서도 이번 사건이 정치자금 일반에 대한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도 보였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맞받아치는 野
"야당 파괴 및 이회창(李會昌) 총재 죽이기 공작 음모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거듭된 실정으로 국민 비판이 비등하자 '너죽고 나죽자'로 나오고 있다." "나라를 끌어갈 능력도 자질도 염치도 없는 사람이다." "여야대치 상태가 완전히 전쟁상황으로 들어섰다."
이회창 총재 주재로 열린 6일 아침의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쏟아져 나온 안기부 선거자금 정국 관련 성토들이다. 이 총재는 회의 시작 전 "터무니 없는 짓들을 하고 있다"고 한마디 한 뒤 회의 내내 아무 말 없이 당직자들의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고 한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20억+알파'를 다시 거론하며 김 대통령과 민주당 김중권(金重權) 대표를 싸잡아 공격했다.
권 대변인은 "김 대통령은 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으부터 받은 돈이 통치비자금이라고 생각해 보지도 않았는가"라며 "김 대통령은 20억+알파의 정체부터 밝히라"고 요구했다.
권 대변인은 또 "김중권 대표도 비리자금 전달자로서 그 돈을 누구에게 어떻게 받아 전달했는지 밝혀야 한다"면서 "검찰이 이에 대해 수사하지 않고 신한국당 자금유입 부분만 수사한다면 그것은 정치적 수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 의원 세 명의 자민련 이적- 안기부 선거자금 수사- 영수회담 결렬- DJP 공조복원 등 일련의 정국 흐름이 여야관계를 전면전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판단, 원내외 병행 투쟁 등 전방위적인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세풍, 총풍과 여권 동진정책의 총지휘자였던 김중권씨가 민주당 대표가 되는 순간 여야관계가 험난해질 것이란 예감은 했지만 이 정도로 극악스럽게 나올 줄은 몰랐다"면서 "여야 협력의 상생정치로는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김 대통령의 현실인식이 개탄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당직자는 "나라 경제가 걱정되긴 하지만 상대방이 죽이려고 덤벼드는데 앉아서 당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며 "이후 벌어질 사태의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김 대통령과 여권에 있다"고 경고했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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