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의 원내교섭 단체 인정 문제를 둘러싸고 치열한 삼각 전투가 이어지고 있다.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4일 영수회담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DJP 공조파기를 공식 선언하면 국회에서 자민련의 교섭단체 구성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이 총재의 언급은 "국회법을 국회에서 표결로 처리해 준다면 3명의 이적의원을 되불러 올 수 있다"는 김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하기 위한 되치기식 제의였지만 즉석 대응이 아닌, 미리 준비한 '무기'였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이 문제에 관해 사전 답안을 마련해 두었음은 정창화(鄭昌和) 총무의 언설에서도 선명하게 확인됐다.
정 총무는 영수회담에 앞서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권력 나눠먹기식 DJP 공조를 하지 않고 이적 의원 3명이 민주당으로 복귀할 경우 국회에서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총무는 그러면서 "자민련 의원들이 강창희(姜昌熙) 의원과 같은 생각을 한다면 국회법 개정안을 논의해 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 총재와 정 총무의 발언은 몇가지 목표를 동시 겨냥한 다중 포석으로 읽힌다. DJP 공조복원 저지가 당면 현안인 한나라당으로선 가능한 모든 접점에서 이 문제에 관한 전단(戰端)을 형성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4ㆍ13 총선 민의는 DJP 공조에 대한 불신임"이란 논리를 집중 전개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나라당으로선 고립무원의 처지에서 싸우고 있는 강 의원을 외곽 지원할 필요가 있었다. 강 의원은 DJP 공조 파기를 전제로 교섭단체구성 요건을 낮추는 방안을 한나라당 측과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는 5일 DJP공조복원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한나라당의 틈입 시도를 일축했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입으로는 상생을 외치면서 자민련을 짓밟고 없애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박상규(朴尙奎) 사무총장도 이날 "야당이 자민련을 교섭단체로 인정하는 국회법 개정을 약속하면 이적 의원 3명을 되돌려 오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고 재차 치고 나오면서 한나라당에 역공을 가했다.
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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