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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생각] 공존의 철학, 풍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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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생각] 공존의 철학, 풍수

입력
2001.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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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지리는 동양의 가장 오래된 자연사상이며 인생철학으로 우리에게 정주(定住)사회문화의 바탕이었다.요즘 말로는 지리 생태적인 환경결정론이다. 풍수는 고대 중국에서 죽은 자와 산자의 안식처를 고르는 기복적(祈福的) 방법론에서 시작되어 한나라 때 이미 일반화했다.

우리는 신라의 여러 사찰 창건기록에 도선(道詵)국사가 자주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일찍 중국에서 전래된 양택론(陽宅論)에까지 광범하게 적용하였음이 분명하다.

고려때는 풍수도참설이 국가 이데올로기로 격상되었고 조선말까지도 생활과 신앙의 중심에 있었다. 학자들에게 지가서(地家書)는 필독이었으며 풍수사는 경국대전 지리과는 물론 주역과 음양오행을 기본으로 높은 학문을 닦고도 평생 산을 보고 다닌 도사들이었다.

특별히 산자수명한 우리나라에서는 도선을 비롯한 무학(無學大師), 휴정(西山大師) 등 대선사를 배출하며 전성하였다.

그러나 그 공부가 어려운 반면 너무 널리 신봉되어 혹세무민의 경향도 있었고 일제는 조선의 이 정신적 구심을 말살하기 위해 미신으로 몰아 경멸하고 배척하였다.

그러나 산을 신성시해온 한국인에게 이 사상은 현대에 와서도 의식구조의 밑바닥에 도도히 남아있고 유럽에서 Geomancy, Fenshui 라는 이름으로 연구되고 있으며 최근 미국, 캐나다에서도 홍콩자본을 따라 유입된 중국풍수가 건축과 인테리어에 유행이다.

더욱이 에너지 고갈과 지구오염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생태와 환경에 대한 관심이 풍수에 주목하게 하였다.

나는 40년 가까이 건축을 하면서 풍수의 양택론은 과학과 철학이 잘 합쳐진 최고의 환경론이며 에너지 절감의 방법이며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는 논리라고 믿게 되었다.

'산은 보는 이의 심성을 깊게 하고 물은 넓게 한다'는 설명이나 동의학에서 말하는 사람의 체질이 성격을 만들고 성격은 다시 운명을 만드는데 사람이 태어나 자란 땅의 기운에 따라 체질-성격-운명이 결정된다는 논리는 정연하다.

길한 땅은 어디까지나 사람과 연관하여 설명된다. 그러나 모든 땅이 명당이 될 수는 없기에 부분적으로 보완하여 더 나은 땅을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여러 가지 비보(裨補)하는 방법들을 연구하였다.

흥인지문(興仁之門)이라고 한 동대문이 대표적인 예로서 비보의 방법은 한국풍수만의 특징이며 중요한 연구대상이다. 우리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일인들이 시킨대로 풍수를 경멸했다.

우리에게 남겨진 중요한 문화유산이며 21세기 인류가 알아야 할 환경철학의 대 경전을 잃어버리지 말고 발굴, 연구하여 다시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다행히 최근에는 대형서점에 지리서 코너가 신설될 정도로 알고자 하는 사람이 많다. 우리 산과 강에서 우리가 무엇을 받고 태어나 살다 가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환경을 보면 인류는 20세기를 탐욕과 폭력의 청년기로 잘못 보냈다. 새로 시작하는 세기는 좀더 성숙하고 냉철한 장년기가 되어야 한다.

특히 새 밀레니엄은 아시아의 시대일 것이라고 말하는 학자들이 많다. 이것을 인도와 중국의 이야기로 생각하는 것은 서구적 사고방식이다.

아시아 대륙의 토끼 꼬랑지인 한반도는 풍수상 아시아 전체의 땅기운이 몰린 곳이라고 한다. 경원선 복원은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환경결정론은 지정학 결정론보다 과학적이다. 특히 도읍풍수는 생태적이다. 이제 실패한 미국 모델을 버리고 새 시대의 건축에서 남향의 주택과 바람이 통하는 도시계획으로 우리 식의 자연관을 실증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전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 살면서 아직도 신도시 개발을 부르짖는 미개상태에서 벗어나 서구식 약탈경제로 판이 잘못 짜여진 국토를 금수강산 본래에 가깝게 재편하고 생태시대에 걸맞는 통일국가의 환경수도를 몇백년 걸려서라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

김원ㆍ건축가ㆍ광장건축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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