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자 한국일보에 검찰의 구 안기부 총선자금 불법 지원 사건 수사 내용이 보도되자 정치권이 연일 설전의 수위를 높혀가고 있다.야당은 '의원 이적사태 국면 전환용'에 이어 '정계개편을 위한 음모론'까지 제기하면서 '흠집내기''죽이기''야당 협박용'등 살벌한 표현까지 동원하고 있다.
여당은 여당대로 '안기부 자금 수수 의원 리스트 확보'등 검찰만이 알고있을 법한 내용을 공개하며 맞대응 하고 있다. 모두 냉철한 이성적 판단과 신중한 언행은 잊은지 오래인듯 하다.
이번 사건은 한국일보가 검찰의 엠바고(시한부 보도자제) 요청을 거부하고 기사를 작성하면서 불거졌다. 취재기자는 이미 지난해 7월 이후 진행된 안기부 비자금 수사의 수확물을 알고있는 터였다.
그런데도 검찰은 지난해말부터 수사의 개략적인 내용에 대해 한마디 설명조차 하지 않은 채 막연히 "보름만 기다리면 고속철 로비 관련 사건을 마치겠다"고 연막까지 치며 엠바고를 요청했다.
물론 영수회담이 예정된, 정치적으로 미묘한 시점이라는 점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보름 뒤 검찰 발표를 보도한다 해도 정치적 파장은 같을 수 밖에 없다고 판단, 엠바고 요청을 거부하고 기사화를 결정했다.
이 같은 보도 경위는 기자들을 통해 야당에도 충분히 전달된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 계속 이번 사건 보도를 놓고 정치적 음모론 운운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또 각종 비리 의혹 사건에 대해서는 거듭 수사를 촉구하면서 정작 자신들에 대한 수사는 거부하려는 자세는 너무나 이중적이다.
야당이 이 같은 태도를 보이게 된데에는 여당과 검찰의 태도도 한 몫 했다. 집권당 대표가 "안기부 자금을 받은 의원명단이 확인됐다"는 등 검찰의 극소수 인사만이 알 수 있는 정보를 당당히 말하는 상황에서는 음모론이 더욱 확산될 수 밖에 없다.
정치권은 이제부터라도 비방전을 중단하고 수사 진행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아전인수식 비방전이 정치권에 대한 불신만 키울 뿐이다.
황상진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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