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를 바라보는 시각이 싸늘하게 얼어 붙었다. 민주당의 거의 모든 당직자들은 5일 영수회담 결과에서 드러난 이 총재의 '안하무인적' 태도, '당리당략적' 현실인식 등을 집중 성토하고 나섰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상생(相生) 정치의 길이 여전히 열려 있다고 애써 강조하기는 했으나 그 목소리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안기부예산 총선자금 지원에 대한 이 총재의 사전 인지 가능성을 제기, 포문을 연 민주당 김중권(金重權) 대표는 이 총재의 'DJP 공조파기' 주장에 대해서도 "DJP 공조는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라고 잘라 말했다.
가급적 말을 아끼던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도 말문을 열고 "영수회담이 이 총재의 당리당략적 주장에 동의를 구하는 자리냐"고 반문한 뒤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입장만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강변하는 것은 타협의 자세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또 "이 총재가 대통령이 다 된 것 같은 착각과 욕심에 사로잡혀 있는 한 상생 정치는 요원하다"며 고개를 내 저었다.
민주당 대변인실에서는 영수회담 과정에서 보여준 이 총재의 '오만불손함'과 '현실 왜곡'을 조목조목 따지고 들었다.
김영환(金榮煥) 대변인은 이 총재의 검찰 수사중단 요구에 대해 "야당이 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오만함이자 법치를 유린하려는 망발"이라면서 "여당의 문제에 대해선 사소한 것까지 특별검사, 국정조사 운운하면서 자신과 관련된 수사는 중단하라고 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모순"이라고 비난했다.
김현미(金賢美) 부대변인은 이 총재의 구조조정 실패 주장은 '경제개혁이 실패하기를 바라는 심정'이라고 비꼬았다. 민주당은 그러나 영수회담 무용론이 나오는 데 대해선 부담스러운 듯 "이번 회담을 결렬로 보지 않으며 앞으로도 상생의 정치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한나라당
5일 영수회담 결렬의 책임을 여당에 돌리면서 대여 비난 수위를 한껏 높였다.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이날 당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김대중 대통령은 모든 것을 야당 탓으로 돌리고 자신은 하나도 양보하지 않는 등 전혀 변화가 없었다"면서 "우리 당은 앞으로 확고한 입장을 갖고 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무회의는 영수회담 결렬 후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여권과의 전면전'을 앞두고 당내 결속을 다졌다. 정창화(鄭昌和) 총무는 "한편에선 투쟁하고 한편으론 민생을 생각하는 입장에서 한 손엔 칼을 들고, 한 손엔 코란을 들었던 성전의 전사와 같은 각오가 요구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참석자들도 한 목소리로 '철통 같은 단합'을 주문했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의원꿔주기와 같은 공작정치를 뿌리뽑기 위해 처절하게 투쟁할 것"이라며 결사항전 의지를 밝혔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엄포만 놓았던 정부규탄 현수막을 이날 전국 시ㆍ도 지부 및 지구당사에 일제히 내걸었고 8, 9일 열릴 국회 본회의에서의 파상공세를 위해 긴급현안질의 요구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했다.
또 이 총재가 10일 수원을 시작으로 인천(11일), 부산(16일) 등 지방을 돌며 개최키로 한 신년하례회를 대여공세의 장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키로 했다.
하지만 "민생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경제문제 만큼은 협조하겠다"는 '정경분리 투쟁원칙'을 밝힌 것처럼 내부적으로는 '투쟁의 강도' 조절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당직자는 "국정조사가 시작되는 마당에 임시국회를 다시 소집할 수도 없고, 겨울철이라 무조건 장외로 나갈 수도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