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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멸의 정치로 가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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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멸의 정치로 가려는가

입력
2001.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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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영수회담은 안 하느니만 못한 꼴이 되고 말았다.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무릎을 맞대고 확인한 것은 서로간 깊어질대로 깊어 진 감정의 골이 아닌가 의심될 정도다.회담장에서의 고성이 밖에 까지 들리고, 엘리베이터를 타라는 대통령의 권유도 뿌리치고 야당 총재가 걸어서 내려왔다는 얘기는 무엇을 뜻 하는가. 이 바람에 여야는 상생은 커녕 , 너 죽고 나 죽자 식의 '공멸의 정치'로 치닫고 있다.

그런 징조는 벌써 드러난다. 여야 양쪽에서 나오는 소리는 온통 감정에 치우친 것 뿐이다. 야당 사람들은 대통령에 대한 예우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의 거친 말을 내뱉고, 여당 대표는 공개석상에서 이 총재가 안기부 선거자금과 무관치 않음을 공개적으로 흘리고 있다.

정계 개편설을 흘리는 여당쪽에서 공작정치의 냄새가 나는가 싶더니, 기어이 야당도 그런 냄새를 풍기고 있다.

자민련을 겨냥, 교섭단체 요건을 15인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흘리는 것이 그런 유형의 하나일 터다. 그 자민련은 지금 의원 3명을 꾸어 받은 뒤 집안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들이다. 정치인들도 사람이니 감정 다툼을 하지 마랄 수는 없다. 그러나 때가 있는 법이다. 국가적 위기의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여야는 우선 냉정을 찾아 한발씩 물러서기를 권고하고자 한다. 지금 하고 있는 말과 행동은 온통 상대를 자극하는 것들임을 여야는 명심해야 한다.

그런 다음, 더 이상 위기모면 식의 꼼수나 공작의 냄새가 나는 일들을 삼가기를 바란다. 설령 그런 의심을 사는 일이 있다면 중단해야 한다.

요즘 사람들은 무엇이 꼼수고 공작인지를 금세 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여야 모두 차기 정권문제에 조급증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너무 이르다. 위기를 극복한 뒤, 때가 되면 나서는 것도 늦지 않다. 이런 맥락에서, 벌써부터 청와대 문고리를 잡은 행세를 한다는 얘기 등에 야당은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여권도 마찬가지다. 주요 기관의 인사포석 등, 정권 재창출 작업으로 의심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정치가 이대로 가다간 초가삼간 다 태우고, 그나마 남은 쪽박마저 깨뜨릴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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