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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학술 총서 500권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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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학술 총서 500권째 나왔다

입력
2001.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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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학술 출판에서 최대ㆍ최고로 인정받는 대우학술총서의 500번째 책으로 프랑스 철학자 폴 리쾨르의 '해석의 갈등'(아카넷 발행)이 나왔다.1983년 김방한(서울대 명예교수)의 '한국어의 계통'으로 첫 권을 선보인 지 18년 만이다. 그동안 인문사회과학 124권, 자연과학 152권, 번역 153권, 공동연구 64권, 자료집 6권이 나왔다.

학술서적은 쓰기도 만들기도 팔기도 힘들다. 그러나 학문과 문화발전의 주춧돌이다.그런 책들로 500권을 돌파한 것은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상업 출판사는 손대기 어렵고, 대학 출판부도 이만큼 해내기는 어렵다. 국내에는 유례가 없다.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의 '플레야드 총서'나 일본 이와나미(岩波)출판사의 '이와나미 신서'가 자국 문화에 이바지한 큰 몫에 견줄 만하다.

인문학 위기론이 높고 기초학문이 천덕꾸러기처럼 되어버린 최근 2~3년의 국내 풍경을 생각하면 더욱 대견스럽다.

대우학술총서는 1981년 대우재단의 학술지원사업으로 출발했다. '취약한 국내 기초학문 육성'을 내걸고 연구가 소홀하거나 미진한 인문ㆍ자연과학의 기초학문을 지원해왔다.

소외된 분야에 대한 집중지원 덕분에 불모지에 가깝던 언어학, 한국학, 물리학, 화학 분야가 특히 큰 힘을 얻으며 많은 성과를 냈고, 학문간 불균형을 바로잡는 데 공헌했다.

상복도 많았다. 1986년 한국과학기술도서상 저작상을 받은 '한국지질론'을 시작으로, '소립자와 게이지 상호작용' '홍대용 평전''한국농학사''자유주의의 원리와 역사' '신제도이론' '마키아벨리 평전'등 많은 책이 상을 받았다.

이러한 성과는 연구 과제의 선정에서 심사까지 완벽한 학술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국학술협의회(이사장 김용준), 까다로운 학술서적의 편집ㆍ출간을 책임진 출판사의 공동 노력과 협조 덕분이다.

대우재단은 모기업의 부도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지원을 계속함으로써 500권 돌파를 가능케 했다. 출판은 16년간 민음사가 맡다가 1998년 421권으로 중단, 지금은 아카넷이 맡고 있다.

가타리, 들뢰즈, 푸코 등의 저서를 본격적으로 국내에 소개해 1990년대 프랑스 철학 열기를 선도하기도 한 대우학술총서는 이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시대와 호흡하고 시대를 이끌어가는 총서로 발돋움한다'는 목표 아래, 기존의 논저ㆍ번역ㆍ공동연구 부문 외에 새로 대우고전총서(가제)와 석학강좌 시리즈를 시작한다.

고전총서는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단편들, 데카르트의 '철학의 원리', 안셀무스의 '모놀로기온', 헤겔의 '신앙과 지식'이 올 후반기 나올 예정이다.

학술 출판의 모범을 보여주는 대우학술총서의 미래는 대우재단 뿐 아니라 학계와 출판계 모두의 노력이 더해질 때 더욱 빛날 것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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