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자금시장 안정대책의 일환으로 올해 만기도래하는 회사채의 80%를 산업은행이 인수한 뒤 이중 20%를 주채권은행에 넘기도록 했으나, 제일은행이 이 방침에 반기를 들자 골머리를 앓고 있다.금융감독원 관계자는 4일 "제일은행이 정부 방침을 거부함에 따라 제일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하는 기업의 회사채는 만기가 돌아와도 산업은행이 인수하지 않도록 할 방침"이라며 "제일은행 거래 기업에 부실이 발생할 경우 강력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SK계열사 삼보컴퓨터 등 제일은행을 주채권은행으로 하는 기업들의 회사채 차환 발행의 길이 좁아져 유동성 악화가 우려된다.
금감원은 구랍 26일 올해 일시에 집중적으로 만기도래하는 회사채(25조원 상당)에 대해 20%는 기업이 자체적으로 상환하고 80%는 산업은행이 인수, 이중 20%를 다시 주채권은행에 넘김으로써 기업의 추가부도를 막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금감원은 이어 지난 주말께 시중 은행 임원들을 소집, 정부의 방침에 적극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으나 제일은행은 당시 호리에 행장과 여신담당 임원이 휴가중이어서 부장급 간부만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은행은 그러나 추후 내부 회의에서 정부 방침에 따르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측은 제일은행이 이전에도 "뉴브리지캐피탈이 51%의 지분을 갖고 있는 만큼 외국은행 국내지점 처럼 취급해달라"며 '독불장군'행세를 해왔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작년에는 감독당국에 제출토록 한 업무보고서에 임직원 급여란을 공란으로 비운 채 제출하는 등 애를 먹였다"며 "자행 이기주의에 빠져 정부 방침을 나몰라라 하는 것은 문제"고 말했다.
제일은행의 반란에 대해 금융계에서는 "결국 국내은행들만 정부의 방침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따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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