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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회담 대화록 / 김대통령 "안기부자금 國基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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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회담 대화록 / 김대통령 "안기부자금 國基문제"

입력
2001.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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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이 끝난 뒤 청와대 박준영(朴晙瑩) 대변인과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각자 회담내용을 브리핑 했다.다음은 두 사람의 브리핑을 종합해 작성한 대화록.

경제문제

▦이 총재= 경제가 얼마나 어려운지 대통령이 모르고 있다. 올 1ㆍ4분기에 4% 성장 한다고 하지만, 마이너스 성장이 될지도 모른다. 정부 통계를 봐도 소비 투자 수출이 급강하하고 있다.

구조조정도 실패했다. 금융구조조정을 지난해 말까지 한다고 약속했지만, 아무것도 되지 않았다. 정공법으로 가고 원칙을 지켜야 한다.

▦김 대통령= 작년 말까지 금융개혁의 기본 틀을 마련했고, 구조조정을 계속 추진할 것이다.

2월말까지 상당 부분 마무리될 것이다.

▦이 총재= 경기가 하락했을 때 경기 부양도 해야 하지만 먼저 올바른 구조조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살릴 기업은 확실히 살리고 부실기업이나 금융은 구조조정 해야 한다.

▦김 대통령= 나도 같은 생각이다. 그렇게 추진하고 있다.

▦이 총재=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책임지고 국정을 이끌어야 한다. 대통령과 여당은 뒤에 숨고 관료들에게나 책임을 물으면 어떤 관료가 책임지고 일하겠는가.

▦김 대통령= 그렇지 않아도 경제문제는 내가 책임지고 진행 중이다. 이 총재가 걱정하지 않아도 그렇게 할 것이다.

▦이 총재= 전면 개각을 단행하라. 우선 총리부터 바꿔라. 자민련과 갈라먹기 식으로 하는 개각으로는 국정 쇄신이 불가능하다.

▦김 대통령= 참고로 하겠다. 지난 3년 동안 국가가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고통스럽게 일을 해왔다.

앞으로 2년간 야당과 협력 속에서 국정을 운영하고 싶다. 이 총재와는 경쟁관계도 아니다.

야당이 협력하기 보다는 대통령을 실패한 대통령으로 만들려고 하는데 내가 어떻게 해 보겠는가. 여야가 국가 미래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

자민련과 공조를 하더라도 야당과의 협력은 필요하다. 적어도 경제 및 남북 문제에서 만큼은 협력해 나가자.

안기부 자금수사

▦이 총재= 어떻게 이 정권은 임기 내내 과거 정권 파헤치기만 하는가. 구체적 사실관계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그저 소문만 흘리고 야당을 압박하려고 해선 안 된다.

이 정권의 도덕성을 주장하려면, 남의 탓을 하기 전에 대통령이 정말로 깨끗하느냐에 대해 스스로 물어야 한다. 이제는 정쟁을 중단하고 경제를 살리자.

그러기 위해서 의원 꿔주기나 정계개편, 정치보복 등 모든 정쟁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안기부 자금관계는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그 동안 검찰은 뭐했나. 지난 해에도 흘렸다가 잠잠해졌는데 하필이면 영수회담을 앞두고 발표하는가.

▦김 대통령= 안기부는 국가안보를 지키는 중요 기관이다. 그런 국가기관의 돈이 선거자금에 사용됐다면 국가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중대한 일이다.

이런 문제로 시비를 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 신문에 보도가 났을 때 물어보니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검찰이 수사를 계속했는데 분명히 신한국당이 안기부자금을 가져다 썼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검찰이 국가안전과 관련한 중대 사안을 수사하는데 대통령이 수사 중단을 지시할 수 있느냐. 과거 정부에서는 그랬을지 몰라도 검찰에 수사를 하라, 하지마라는 얘기를 하지 않고 있다.

의원 이적

▦이 총재= 의원 꿔주기 정치행태의 주역에는 대통령의 가신도 포함돼 있는데, 어떻게 대통령이 '아무 것도 몰랐다'고 말할 수 있는가.

민주당 대표도 몰랐다고 하는데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이다. 여소야대는 국민이 선택한 것인데 어떻게 여대야소로 바꾸려는 비민주적ㆍ비의회주의적 발상을 할 수 있는가. 세 의원을 되돌려보내야 한다.

▦김 대통령= 세 의원을 자민련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다른 길이 없었던 것 같다.

자민련을 교섭단체로 하려는 법안을 국회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표결 처리하려는 것도 한나라당이 물리적으로 막지 않았느냐.

내일이라도 국회에서 표결 처리한다면 돌려 올 수도 있다. 국회법을 처리하지 않는 한나라당도 책임을 느껴야 한다.

개헌 및 정계개편

▦이 총재= 의원 꿔주기는 개헌론, 정계 개편론과 관련돼 커다란 정치적 음모가 있다는 것이 여론이다. 한마디로 인위적 정계 개편의 시작에 불과하다.

이런 일은 있을 수가 없다. 국민은 이런 일에 대해 배반감을 느끼고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개헌 등 인위적 정계개편의 시도를 포기한다고 국민 앞에 선언하라.

▦김 대통령= 그 문제에 대해 전혀 아는 바 없다. 지난해 4월 24일 영수회담에서 국정 안정을 위해 여야가 건설적인 협력을 하고 그 신의를 바탕으로 정계개편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었다.

그러나 그 동안 야당에서 그런 협력이 없었다.

내가 가장 바라는 것은 야당과 손잡고, 대화와 타협을 하면서 정국을 운영하는 것이다. 결국은 한나라당이 그렇게 해주지 않았다. 너무 실망스럽게 생각한다.

그리고 선거부정 얘기를 하는데, 여야가 다 함께 기소됐었다. 이것 때문에 야당은 국회를 열지 않았고, 예산안도 5번이나 합의했는데도 사상 처음으로 정기국회 회기 내에 처리되지 못했다.

DJP 공조 및 국회법 처리

▦이 총재= 총선 민의는 민주당이 아닌 야당에 원내 제1당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민련은 17석 밖에 주지 않았다.

국민이 DJP 공조에 대해 불신임을 표시한 것이다. 따라서 DJP 공조를 복원하고 자민련 교섭단체를 만들어준 것은 민의에 반하는 것이다.

야당이 협력을 안 해서 DJP가 공조해서 여대야소로 만든다는데, 야당이 협조하지 않아서 통과되지 못한 법안이 있는가.

총선 민의가 여소야대라면 그 구도 속에서 야당과 협력해야 하는 것이 민주정치 아닌가.

▦김 대통령= 총선 민의는 민주당, 야당 누구에게도 과반수 의석을 주지 않은 것이다. 자민련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도록 한 것도 민의다.

자민련과의 공조는 대선 때부터의 공약이고, 그래서 공조는 당연한 것이다.

▦이 총재= 지난 총선에서 깨지지 않았느냐.

▦김 대통령=자민련이 총선 때 주장했던 것이나 우리가 파기한 적은 없다. 지금도 자민련 출신 총리와 장관들이 내각에 있다. 공조는 대선 때 국민 앞에 공약한 사항이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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