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30여분 동안 진행된 영수회담은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총재가 주요 현안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대화를 주고받던 과거와는 달랐다.이 총재가 먼저 총론을 밝힌 후 김 대통령이 답변을 하고 이 총재가 재 반박하는 형식이었다.
회담은 회담장 밖에서도 간간이 고성이 들릴 만큼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찻잔을 들고 회담장에 들어오던 청와대 여직원이 이 총재의 고성에 놀라 찻잔을 내려놓지 못한 채 되돌아 나갔다는 후문이다.
또 이 총재는 회담이 끝난 후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라는 대통령의 권유를 뿌리치고 걸어서 계단을 내려왔다.
이 총재는 회담이 시작되자 마자 신랄한 어조로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조목조목 밝혔다.
이어 김 대통령이 거의 비슷한 길이로 의견을 밝히면서 반박했고, 다시 이 총재가 한참 동안 김 대통령의 견해를 재 반박했다.
목소리가 커진 부분은 현대ㆍ대우 위기에 대해 대통령이 과거 정권 탓으로 돌리자 이 총재가 "이제 전 정권 탓으로 돌리는 것은 그만하라"면서 말다툼을 벌인 것과 안기부 총선자금 수사 대목을 둘러싼 신경전.
이 총재의 목소리가 자꾸 커지자 대통령은 이 총재가 회담도중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했다는 전언이다.
이 총재가 의원이적 파문에 대해 "의원꿔주기가 정도정치냐"고 따지자, 처음엔 "정도다"라고 대답했던 대통령은 이 총재가 다시 정색을 하고 "정말 그게 정도정치냐"고 되묻자 "그런 것은 아니고."라며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김 대통령이 "DJP 공조를 먼저 깨면 자민련의 교섭단체 구성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이 총재의 말에 "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하자, 이 총재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벌떡 일어서면서 회담은 끝났다.
청와대 측은 "이 총재가 자신의 얘기만을 되풀이 하고 일어선 것도 문제지만 이를 공개한 것은 더욱 성숙하지 못한 행동"이라며 불쾌해 했다.
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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