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리듬에 맞춰 무를 썹니다.""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따라 해보세요."
2일 오전 서울 아현동 고개에 자리한 중국요리 학원 '이면희 중국음식문화원'. 새해 연휴가 막 끝난 첫 날부터 초급반 강의실의 열기가 뜨겁다. 강사인 이면희 원장은 네모반듯하게 생긴 중국식 '도끼 칼'로 무썰기에 여념이 없고, 하얀 색 앞치마 차림으로 나무도마 앞에 선 수강생 10여 명은 저마다 서툰 솜씨로 이 원장을 따라 한다.
이날 실기 수업의 주제는 칼 다루는 법과 프라이팬 잡는 법. 최소한 한 두 달은 더 이런 기초를 익혀야 양장피나 부추잡채, 해파리냉채 따위의 중국요리 실기에 들어갈 수 있다.
지난해 말 수강신청을 한 뒤 첫 수업이라는 주부 이병순(37ㆍ경기 포천)씨는 벌써부터 의욕이 대단하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일주일에 두 세 번은 동네 중국집에서 자장면이나 탕수육을 시켜 먹어요. 알게 모르게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더라구요.
이왕이면 중국음식도 내 손으로 만들어주고 싶어 나왔습니다."
외식에 길들여지는 식구들이 걱정이라면 새해엔 요리를 한번 배워 보자. 엄마의 정성이 깃든 솜씨로 아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보자. 중식이나 일식부터 제과제빵이나 사찰음식, 전통술에 궁중한과와 떡에 이르기까지 요리를 배울 곳은 주위에 지천이다.
최근에는 요리학원마다 조리사 자격증반 위주의 직업교육에서 탈피해 아마추어를 위한 실용적인 강의를 확대하는 추세여서 선택의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음식 솜씨 때문에 고민하는 주부들이 가장 손쉽게 택할 수 있는 분야는 가정요리. 대개 동네에서 손맛 좋기로 소문난 '선생님'집에 알음알음으로 모여 요리를 배우는 경우가 많은데 서울 방배동 '라 맘마 꾸시나'('엄마는 요리중'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처럼 아예 전문학원으로 성장한 곳도 있다.
가정요리는 한식이나 중식, 퓨전 따위의 구분 없이 '가정에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라면 무엇이든 다루는 것이 특징.
"일류 레스토랑의 요리사한테 직접 요리를 배웠다 하더라도 가정에선 화력과 도구, 재료 등이 따라주지 않아 같은 맛을 내기 힘들기 때문에 일반 가정집의 주방 여건을 기준으로 가장 맛깔스럽고 정성스런 음식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 취지다.
좋은 재료 구하는 법부터 한 가지 재료로 여러 가지 음식 만들기, 남은 재료 활용하기, 손님상차리기 등 실용적인 주방 노하우를 가르친다.
주방의 '만능 요리박사'오븐을 활용한 '오븐 요리'만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곳도 있다. 비싼 돈으로 장만한 오븐을 부엌 장식품으로 방치하고 있다면 한번쯤 전문학원의 문을 두드려 볼 만하다. 약한 불에서 오랫동안 국물을 우려내는 탕(湯)이나 기름에 살짝 지져내는 전(煎) 등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음식을 오븐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
쌀과 물을 용기에 밀폐해 넣으면 가마솥밥처럼 보슬보슬한 밥을 지을 수 있고, 부글부글 끓여야 제 맛이 나는 국이나 찌개류, 찜통에 넣고 푹 쪄내야 하는 떡이나 약식도 간단한 작동만으로 완성해낼 수 있다고 한다.
양산 통도사의 두릅무침과 표고밥, 합천 해인사의 상치 불뚝김치와 고수무침, 순천 송광사의 연근물김치와 죽순장아찌, 전북 금산사 돌미나리김치 등 산사(山寺)의 자연채식을 전수하는 교육기관(한국전통사찰 음식문화 연구소)도 있고 음식의 담음새나 테이블 꾸미는 법(푸드 스타일링)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곳에도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맛깔컨설팅' 같은 곳에선 많은 인원을 상대로 신속하게 조리하고, 메뉴마다 일관된 맛을 유지해야 하는 음식점의 조리법, 이른바 '창업요리'를 다룬다. 음식점 창업희망자들에게 메뉴 구성이나 레시피(조리법) 작성법부터 돈가스나 우동, 갈비, 칼국수, 해물탕, 아구탕 등 다양한 종목의 손 맛을 전수한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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