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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금리인하 배경과 전망 / 식어가는 美경제에 군불 지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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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금리인하 배경과 전망 / 식어가는 美경제에 군불 지폈다

입력
2001.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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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는 경제전문가들이 "단행 시기와 폭에 깜짝 놀랐다"고 밝힐 만큼 전격적인 조치였다.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은 이날 1998년 10월 러시아의 대외부채 상환유예(모라토리엄) 선언 이후 처음으로 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아닌 위원들과 긴급 전화회의를 열어 이 같은 조치를 단행했다. 전문가들은 단번에 0.5포인트를 인하한 것은 미국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질 위험이 높아졌음을 인정한 것으로, 금리인하가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긴급 전화회의와 배경

FRB의 금리인하 조치는 미국의 경기 둔화세가 너무 강력하고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그린스펀 의장도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조치는 소비심리 위축과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가계와 기업의 구매력이 줄어 판매와 생산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해 취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린스펀 의장은 지난해 말만해도 전문가들의 잇단 경기침체 경고와 통계상의 징후에도 불구하고 정례 FOMC 회의에서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정책기조만 변경했을 뿐 금리인하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2일 발표된 제조업계의 경기지표인 미국 구매관리자협회(NAPM) 지수는 FRB 등 미 금융계 관계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50이하면 경기침체로 해석되는 지난 달의 NAPM 지수가 전달 47.7에서 43.7로 크게 낮아져 이전 경기침체기였던 1991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이 수치는 1991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당초 전문가들의 예상 수치인 47을 크게 벗어났다. 따라서 FRB는 30~31일의 정례 FOMC를 기다릴 여유가 없어 이날 긴급 전화회의를 소집하게 된 것이다.

▲1월 효과와 시장 반응

금리인하 소식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끝 모르고 추락하고 있던 뉴욕 증시에 구원의 손길로 작용했다. 전날 7% 이상 하락했던 나스닥 지수는 이날 오전 약세를 보이다 오후 1시께 금리인하가 발표되자 폭등세를 보였다. 나스닥 지수는 거의 전 종목에 사자 주문이 몰리면서 폭등, 14.17%가 올라 사상 최대의 하루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우존스 공업평균지수와 S&P 500 지수도 각각 2.81%와 5.01%씩 급등했다.월가는 증시가 1월이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이른바 '1월 효과'가 올해의 FRB의 파격적인 금리인하로 강도를 더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살로먼 스미스 바니의 존 맨리 등 분석가들은 금리인하로 일부 기술주와 금융주의 강세가 예상된다면서 투자에 적극 나설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첨단 기술주의 실적 악화를 들며 금리인하 효과가 주가에 단기적인 영향만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얼마나 추가 인하를 할 것인가

FRB의 금리 인하는 향후 계속 될 것이란 데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 FRB도 성명에서 "연방은행의 요청에 따라 재할인율을 추가로 0.25% 인하할 준비를 하기로 했다"고 밝혀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전문가들의 관심은 금리 인하의 폭에 쏠려 있다. 이들은 경제 침체 가능성에 FRB가 이례적으로 공격적인 조치를 취했음을 강조하며 이런 추세로 갈 경우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18개월전의 4.75%까지 떨어지는 것도 가능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메릴린치의 수석 경제분석가인 브루스 스타인버그는 "경제지표에 달린 것이긴 하지만 1ㆍ4분기에 기준 금리가 5.5%까지 인하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따라서 기업수익성 악화에도 주식시장도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전격적 금리 대폭 인하 조치는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4일 미국 금리 인하에 따라 대미 수출이 확대되고 금융ㆍ외환시장이 안정되는등 '트리플'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은은 단기적으로는 국내 주가 상승과 환율 안정은 물론 외자유입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중기적으로는 미국 내수 증가에 따른 수입 확대로 우리 기업들의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FRB 발표 직후 미국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심리로 유가가 급등하는 등 미 금리 인하에 따른 악영향도 있다.

▲연간 10억달러 이상 수출 효과

우리 기업들은 지난해 총 1,726억달러 어치를 수출했으며 이중 미국은 21.8%인 376억달러를 차지했다.

와튼계량경제연구소(WEFA)는 미국 연방기금 금리를 0.2% 포인트 내렸을 때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을 1% 향상시키게 된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미국 GDP가 1% 상승할 경우 국내 생산을 0.11% 높이고, 수출도 0.24% 높이게 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총 1,910억달러를 수출, 100억달러 무역흑자를 목표로 정했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다른 지역에 대한 수출 증대 등까지 고려하면 이번 미국 금리 인하로 인해 우리 수출은 10억달러 이상의 효과를 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업 구조조정에도 청신호

미 금리 인하의 가장 직접적 효과는 금융시장과 외환시장 안정이다.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폭등 장세로 변했고, 연일 연중최고치를 갈아치우던 원ㆍ달러 환율도 전일 1,270.10원에서 오후 3시 현재 20원 이상 떨어진 1,248.00원을 기록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丁文建) 상무는 "주식시장 침체와 해외 차입난으로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큰 어려움을 겪어왔는데 이번 조치를 계기로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데도 숨통이 틔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금리 인하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면 안된다는 신중론도 대두되고 있다.

최창호(崔昶鎬) 한은 정책기획국장은 "이번 조치는 국내 기업들의 신용 위험을 완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현재 국내 기업들의 잠재 부실에 대한 우려가 개선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가속화하지 않을 경우 금융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콜금리 조정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현재 한은 내에서조차 경기 부양을 위해 콜금리(연 5.25%)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과,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있으므로 현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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