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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 사이버 공간 또 다른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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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 사이버 공간 또 다른 내가 있다

입력
2001.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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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10대 동호회 '우혁동'('퇴마록'의 저자 이우혁을 따르는 사람들의 동호회)은 1,600여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다. 그 운영자는 놀랍게도 서울의 한 여고 2년생이다.그는 학교에선 말수 적고 수줍음 많은 학생이지만 밤이 되면 염력과 공간이동, 텔레파시 등의 논쟁을 주도하는 '마계의 여왕'으로 변신한다.

"이 곳에서 난 리더십 있는 사람으로 탈바꿈한다. 우혁동의 세계에서 나는 또 다른 나를 발견한다"는 게 그의 고백이다.

요즘 사이버 세상에는 고전 심리학으로는 쉽게 해결하지 못할, 갖가지 유형의 정서와 행동이 난무하고 있다. 많은 청소년들이 자신을 온라인 게임에 등장하는 부족 이름으로 부르고, 일부 남성들이 인터넷 채팅을 하면서 자신을 여성으로 소개하는 그 심리를 도대체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가 쓴 '사이버 공간에 또 다른 내가 있다'는 이러한 인터넷 이용자들의 심리를 정교하게 꿰뚫은 책이다. 여러 구체적인 사례와 논리 정연한 추론을 통해 기존 통념들을 하나하나 반박해간다. '인터넷 이용자들의 일탈 행동들은 익명성 때문이다'

'사이버 교육은 멀티미디어를 활용함으로써 그 효과를 높일 수 있다'와 같은 기존 상식들은 그 앞에서 철저히 부정된다.

저자는 사이버 세상의 가장 큰 특징으로 인터넷 이용자들의 '활발한 정체성 찾기'를 꼽았다.

홈페이지를 화려하게 치장하거나, 채팅을 할 때 자신의 마음을 송두리째 보여주고 싶은 충동은 현실에서 잃어버린 정체성을 나름대로 되찾아보려는 노력의 결과라는 것이다.

메시지나 전자우편을 보낼 때 사용하는 여러 '이모티콘'(기쁜 표정을 나타내기 위한 - 같은 기호)과, '공부소녀''섹시 걸''마니아'같은 개인 ID 역시 이러한 정체성 찾기의 상징들이다.

자신이 만든 홈페이지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찾았는가를 알기 위해 카운터를 다는 것 역시 정체성 확인의 또 다른 모습이다.

저자는 쌍방향 의사교환이라는 토론방 역시 일방적인 자아 주장에 불과하다고 본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현실에서처럼 토론 내용에 대한 즉각적 여과과정이 일어나지 않으며, 오로지 과거에 언급된 내용에 대한 단발적인 반응만 오고 갈 뿐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사이버 토론을 하다 보면 수많은 주장들로 인해 원래 주제가 무엇이었는지조차 잊어버리게 된다고 단언한다.

저자가 무엇보다 경계하는 것은 대안교육으로서 사이버 교육에 대한 환상이다. 교과서 내용을 멋지게 디자인해서 인터넷에 올려놓기만 하면 실패한 학교교육이 제자리를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은 과거 산업사회의 교육관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이 같은 사이버 교육환경이 주어졌다고 해서 교실에서 조는 학생들이 갑자기 공부하고 싶은 의욕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교육환경을 이끌어갈 교사의 역량이다. 권위적이며 일방적인 지식 전달에 익숙한 교사들이 자유로운 의사 소통 방식을 배워야 한다.

" 이는 인터넷을 통한 에듀테인먼트(교육과 놀이의 합성어)를 일종의 마법의 묘약으로 생각하는 멀티미디어 제일주의자들에 대한 신랄한 경고이기도 하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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