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데, 하도 기상천외해서, 사랑스러워서, 배꼽 잡게 재미있어서 웃다 보면 코끝이 찡하다. 러시아 광대극단 리체데이의 공연이 그렇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뭉친 매력 덩어리다.얼굴에 하얀 분칠을 하고 빨간 주먹코를 단 배우들은 아무 말 없이 몸짓과 표정 만으로 공연장을 웃음바다로 만들며 관객을 행복하게 한다.
'난타'니 '스텀프' 같은 비언어 연극의 원조이지만, 많이 다르다. 두드리고 때려서 내는 소리와 끔찍할 만큼 치밀한 구성, 귀신 같은 솜씨로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요즘의 타악 위주 비언어 연극과는 대조적으로 어수룩해서 인간미가 넘친다. 특별한 세트 없이 다양한 소도구로 풀어가는 무대에서는 가난한 떠돌이 광대의 애환이 비친다.
99년 12월 서울에서 전석매진 기록을 남겼던 리체데이가 5일부터 14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을 다시 점령한다. 24개의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 이 공연은 그때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탄성을 지르게 만들었다.
객석에 내려온 배우들한테 물벼락을 맞으면서도 얼마나 즐거웠던가. 리체데이를 보고 있으면 누구나 동심으로 돌아간다.
온가족이 함께 볼 것을 권한다. 공연시간 평일 오후 3시ㆍ7시 30분, 토ㆍ일 오후 3시ㆍ6시.
(02)548-4480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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