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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연쇄대담] (3)레스터 브라운 - 21세기와 시민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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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연쇄대담] (3)레스터 브라운 - 21세기와 시민사회

입력
2001.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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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으로 유명한 환경운동단체인 월드워치 연구소의 레스터 브라운 이사장은 21세기를 맞아 지구촌과 각국의 운명은 환경 등 비정부기구(NGO)들이 어떻게 활발하게 활동하느냐에 달렸다"면서 "시민들이 각 분야에 적극 참여하고 국제적으로 연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시민운동 생명은 도덕성과 비당파성.. 돈유혹 벗어나야"

▲ 21세기를 맞아 비정부기구(NGO)의 역할과 미래에 대해 전망해달라.

"20세기 후반기에 개화한 시민운동은 21세기에는 자신이 속한 국가와 지구촌의 운명을 좌우할 마지막 희망으로까지 성장했다. 21세기에는 이론의 여지없이 시민사회가 만개할 것이며 NGO는 바로 새로운 사회의 중심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시민운동이 지속적으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전제돼야 한다. 시민운동의 성패는 시민들 자신에게 달려있는 셈이다."

▲ 시민들이 어떻게 행동해야만 한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환경분야의 경우로 말한다면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조그만 일부터 환경을 우선하는 생활을 실천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자전거 타기는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에너지 절약과 건강증진 등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한국에서는 자전거를 이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베트남이나 중국, 네덜란드, 덴마크 등은 자전거의 천국이다. 만약 중국 인구가 미국처럼 모두 자동차를 1대씩 굴린다면 이 지구는 순식간에 배기가스로 오염되고 말 것이다. 또 시민운동단체와 이념을 같이 하는 인물들을 선거 때 당선시키는 활동도 필요하다."

"인터넷통해 전세계 NGO들 연대 실현 가능"

▲ NGO의 활동영역이 넓어지면서 국제 연대활동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많아지는데, 현황이 어느 정도인가.

"NGO 활동의 국제연대는 대단히 중요하다. 특히 환경 운동의 경우, 한국의 황사현상은 중국 북부지역의 사막화추세와 화석연료사용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한국과 중국의 협력이 절대 필요할 수 밖에 없다. 나도 처음에는 건강한 지구를 보호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주로 연구활동에만 몰두해왔으나 국제 연대의 필요성을 느껴 최근에는 해외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국제간 연대강화에서 중요한 변수는 인터넷이다. 인터넷을 이용한 유기적 협동과 정보교환 등이 손쉽게 이루어지면 국제 연대도 그만큼 쉽게 이루어 지리라 본다. 인터넷을 잘만 이용하면 현재 2만개가 넘는 세계 NGO들의 수평적 연대가 꿈만은 아니라고 본다. E-메일과 인터넷 등 정보혁명으로 NGO의 역할은 증대될 것이 확실하고 결국 하나의 거대한 힘을 발휘할 것이다."

▲ 월드워치 연구소와 같은 규모의 비영리 단체를 꾸려가기 위해서는 상당한 자금이 필요할 텐데 어떻게 운영자금을 모으는가.

"NGO중에서도 환경운동단체들은 대기업들로부터 유혹이 많다. 우리는 설립 초기부터 공개적으로는 기업을 비판하면서 뒷전으로는 대기업으로부터 광고비나 협찬료 등 성격의 깨끗하지 못한 자금을 받지 않기 위해 노력해왔다. 가장 큰 자금줄은 기업들이 출연해 설립한 문화재단의 기부금이다. 우리는 기업의 직접지원은 받지 않지만 조건이 없는 재단의 돈은 받는다. 지난해 우리의 예산 410만 달러 중 포드재단, 존스재단, 맥아더재단 등 각종 재단의 기부금이 절반에 달했다. 나머지 예산은 우리의 출판물 판매소득과 회원들의 소액기부금으로 충당했다. 참고로 지난해 기부금을 낸 개인회원은 2,000여명 정도였다."

▲ 한국에서는 지난해 시민운동단체들이 국회의원선거에서 '낙선운동'을 전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했으나 일부 활동가들의 스캔들로 시민들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오랜 기간 환경운동을 해온 사람으로서 시민운동단체의 활동가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시민운동의 생명은 도덕성과 비당파성이다.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이 두 가지 명제를 포기하지 않아야만 여론의 지지를 받아 운동을 지속할 수 있다. 특히 자금운용과 일상생활에서의 도덕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 연구소의 경우 기업들의 직접 기부금도 거부하지만 회보 등에 광고도 싣지 않고 있다. 회보에 싣는 광고도 일종의 기부금이기 때문이다. 또 정치적으로 특정 정파에 치우치는 행위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 21세기를 맞아 새롭게 추진하려는 의제(Agenda)는 무엇인가.

"우리는 이미 1998년도 지구환경보고서에서부터 새로운 21세기의 이슈들에 관해 관심을 표명해왔다. 그 의제를 한마디로 간추리자면 '지속가능 한 개발'만이 지구와 인류의 장래를 보장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21세기에는 60억 이상의 인류가 자연과 친화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일이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서는 에너지와 식량난 및 인구폭발문제 등이 해결돼야만 한다. 지속가능한 개발이 없이는 경제발전도 한계가 있다. 인류의 미래는 결국 환경문제에 달려있다.

최근 들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화석에너지의 소비를 줄이기 위한 대체에너지 개발분야에서 고무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독일이나 네덜란드 등은 풍력발전에 큰 투자를 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도 아이오와, 텍사스, 콜로라도, 와이오밍, 오리건주 등에서 거대한 풍력발전이 가능하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중국의 경우도 몽골지방 등에 막대한 풍력 에너지가 잠재돼있다."

▲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해 가장 우선 순위로 해결해야 할 지구적 이슈는 무엇인가.

"두 가지 해결할 문제가 있다. 하나는 인구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대기를 포함한 기후 문제이다. 최근 세계 인구는 무려 60억 명을 돌파했다. 2050년에는 90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같은 인구폭발이 대부분 식량난에 허덕이는 저개발국가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과 이 때문에 선ㆍ후진국간의 불평등 구조가 심화하고 있다. 한 쪽에서는 12억 명이 비만으로 고생하며 살을 빼기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12억 명이 기아에서 허덕이고 있다. 기후 문제는 결국 온난화 문제로 요약할 수 있는 데 이는 화석연료를 태양과 풍력, 수소에너지 등으로 대체해나가는 과정에서만 해결될 수 있다."

▲ 아프리카 국가들 중 대부분은 빈곤과 에이즈 등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이른바 '남북문제'인 지구촌의 불균형 발전을 개선하기 위해 민간운동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지구촌의 불균형 발전은 산업화된 선진국들의 책임이 크다. 담배의 소비구조를 통해 간단히 설명해보자. 담배의 주요 생산국인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흡연 인구는 점차 감소추세에 있다. 이는 애연가들이 흡연의 해악에 눈을 뜬 탓도 있지만 공공기관의 금연화 등 정부의 대대적인 금연확대정책도 한 몫을 했다. 미국 메릴랜드주의 한 지역에서는 최근 거리에서의 흡연마저도 금지하는 조례를 채택했다. 또 지난 해부터 흡연피해자들이 담배 제조 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모두 담배회사가 패해 엄청난 배상금을 물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때문에 담배 제조 회사들은 저개발국에 대한 대대적인 수출을 통해 소비감소를 해결하려 했다. 이는 선진국들이 저개발국가의 경제와 건강문제는 전혀 개의치 않은 채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려 한 전형적인 경우다. 이제 모든 것이 달라져야 한다. 지구 공동체의 입장에서 함께 고민해야 한다. 또 선진국들은 저개발 국가들이 환경보존과 경제발전을 동시에 추구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선진국들은 자신들이 산업화 과정에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저개발 국가들이 범하지 않도록 도와줘야 한다."

"새만금 간척 어리석어..인류 장래위해 중단해야"

▲ 한국의 환경운동 등 NGO들의 활동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1997년 6월과 지난해 11월 두 차례 한국을 방문했지만 다른 NGO들의 활동은 잘 모른다. 다만 환경운동단체들은 다른 개발도상국에 비해 활발한 편이다. 서울은 자동차가 너무 많아 교통체증이 극심하고 이에 따라 공기 오염이 심화하는 등 문제가 많다. 환경운동단체들이 이처럼 시민생활에 밀접한 문제를 이슈화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을 한다면 시민들의 지지는 물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 마디 더한다면 현재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새만금 간척사업은 당장의 조그만 이익과 인류의 장래를 맞바꾸려는 어리석은 사업이며 당장 중지해야 한다."

▲ 젊은 세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경제문제와 환경문제가 결코 별개의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환경을 염두에 두지않은 경제개발은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명심해달라."

대담 이정훈교수

■ 레스터 브라운-세계 환경운동의 대부

레스터 브라운(67) 미국 월드워치연구소 이사장은 전문가의 영역에 머물러있던 반(反)공해, 환경운동을 시민운동차원으로 이끌어 올린 '세계 환경운동의 대부'로 불린다.

워싱턴 포스트는 그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지성인 중 한 사람'으로 꼽았고 인도의 텔레그라프는 '지구 환경운동의 정신적 스승'이라고 까지 평가했다.

1874년 워싱턴 D.C의 한 허름한 건물 단칸방에 월드워치 연구소를 설립한 뒤 '지속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이라는 신개념을 처음 창안한 그는 지금까지 환경운동가들에게 바이블이나 다름없는 '지구환경보고서'를 매년 출간해왔다.

브라운 이사장은 미국의 인명사전 '후즈 후(Who's who)' 1995년도 판에 '위대한 미국의 50인'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20여권의 저서와 50여 편 이상의 환경운동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정리=윤승용 워싱턴특파원 sy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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