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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 신, 그리고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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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 신, 그리고 인간

입력
2001.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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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페터 뒤르(양자물리학자), 클라우스 미하엘 아비히(자연철학자), 볼프하르트 판넨베르크(개신교 신학자), 한스 무췰러(물리학자), 프란츠 부케티츠(생물학자) 등 독일의 저명한 석학 5명이 1996년 여름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한적한 성을 찾았다.그리고는 창조론, 빅뱅 이론, 진화론, 인간의 정신과 의식 등 한없이 진지하고 심오한 주제에 대해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신, 인간 그리고 과학'(시유시 발행)은 바로 이들의 대화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물리학에도 신이 필요할까, 신학자들에게 생명이란 무엇일까, 양자물리학은 철학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등 인간과 신과 자연과학에 대한 석학들의 탁월한 견해를 생생히 접할 수 있는 기회이다.

대화의 주제는 정말 다양하다. 물리학과 종교, 창조신학과 자연과학, 형이상학과 진화론 등 서양 철학사전에 자주 등장하는 개념들이 가득하다.

과학과 신학이 팽팽히 대립해온 서양 정신사의 흔적들을 음미해보면서, 결국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이들의 사유세계를 엿보는 재미도 있다.

하지만 감동적인 것은 토론에 임하는 이들의 열린 자세이다. 물리학자는 자신의 학문이 이 세상 모든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을 토로했고, 신학자는 언어라는 이성적인 도구로 초이성적인 신을 설명하는 데 대한 딜레마를 이야기했다.

자기와는 다른 분야 사람들의 세계관을 인정해주는 그들의 지적 풍토가 부럽기만 하다.

김관명 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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