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Weekend / 여행 - 보길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Weekend / 여행 - 보길도

입력
2001.01.05 00:00
0 0

보길도(전남 완도군 보길면)는 우리나라에서 22번째로 큰 섬이다. 그러나 관광지로서 섬의 순위를 겨룬다면 분명 열 손가락 안에 든다. 고산 윤선도(1587~1671년)가 우리 문학사에 굵직한 획을 그은 작품을 남긴 곳이면서, 아름다운 자연이 섬 안팎에 가득하다.답사여행은 물론 바다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한창 철에는 배가 모자라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허다하다.

사람이 만드는 불편을 걱정하지 않고 섬의 정취에 흠뻑 빠지며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 있는 시기는 바로 지금, 한겨울이다. 뱃전은 텅텅 비고, 섬사람의 인심도 남아돈다. 남쪽 바다의 겨울 바람은 생각보다 맵지 않다.

보길도의 관문은 청별리 선착장. 선착장에 내리면서 머리 속에 먼저 떠오르는 것은 고산의 유적이다. 그의 유적지는 선착장에서 약 1㎞ 정도 떨어져 있다. 가장 상징적인 곳은 세연정(洗然亭). 보길도를 소개하는 사진에 언제나 등장하는 고산의 정원이다.

명작 '어부사시사'가 만들어진 곳이기도 하다. 보로 냇물을 막아 연못을 만들고 못 한가운데 그림같이 날렵한 정자를 세웠다. 자연에 손을 댔지만 자연의 흐름을 거스른 느낌은 없다.

나라가 오랑캐의 손에 넘어가자(병자호란) 세상을 등지기 위해 제주도로 향하던 고산은 풍랑을 피하기 위해 보길도에 잠시 들었다가 풍광에 넋이 나갔고 자신의 작은 왕국을 만들었다. 재산가였던 그는 거의 매일 세연정에서 기녀들과 가무를 즐기며 시를 읊었다고 한다.

은둔이라고 보기에는 호사스러웠다. 세연정은 물론 산중정원인 동천석실 등은 백성의 삶과는 많이 동떨어진 그의 보길도 생활을 잘 말해준다.

문학적 순수함과 삶의 방식. 둘 사이의 괴리를 느껴보는 답사이기도 하다.

고산의 유적지 답사는 반나절이면 끝. 진짜 보길도 여행은 그 다음부터이다. 보길도는 지세가 험해 아직 일주도로는 없다. 청별리에서 동쪽으로는 예송리까지, 서쪽으로는 보죽산(일명 뾰족산)까지 해안선의 약 70% 정도만 포장돼 있다.

동쪽으로는 해수욕장 세 곳이 나란히 있다. 가장 남쪽의 예송리 해수욕장이 개성이 넘친다.

보길도에서 유일하게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예송리를 대표하는 것은 1㎞의 해변을 뒤덮은 까만 자갈. 깻돌(갯돌)로 불린다. 물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은 아이 손바닥만 하고, 바다와 가까워질수록 잘아져 파도에 닿는 부분은 대추알 정도의 크기이다. 반짝거리는 보석 같아 누구나 한 두 개쯤 가져가고 싶어한다.

그러나 절대 금지. 마을 사람들의 감시의 눈길이 예사롭지 않아서가 아니다. '나 하나쯤'이라는 생각은 깻돌밭을 망쳐버릴 수 있다. 보길도를 찾는 사람은 연간 30여 만 명. 한 개씩 들고 가도 30만 개가 없어진다.

예송리의 또 하나의 명물은 상록수림. 깻돌해변을 따라 푸른 숲이 길게 이어져 있다.

동백나무를 비롯해 생달나무, 광나무, 지렁쿠나무, 멀구슬나무 등 진귀한 나무들이 빼곡하다. 철 이른 동백이 빨갛게 꽃망울을 터뜨렸다. 천연기념물 제40호로 지정돼 있다. 푸른 가지 사이로 이름 모를 새들이 진저리치듯 울어댄다.

중리, 통리 해수욕장은 전형적인 백사장. 분가루처럼 고운 모래밭이 끝없이 펼쳐진다. 코발트색 물빛이 아름답다. 예쁜 조개껍질들이 파도에 떠밀려와 있다. 통리 해수욕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보길저수지가 있다. 넓은 저수지이지만 물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갈대가 무성하게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 섬에서 만나는 바다 같은 갈대밭. 색다른 정취를 느끼게 한다.

청별 선착장에서 보죽산까지 서쪽도로는 바다 절경과 만나는 드라이브 코스. 특히 해넘이를 보는 맛이 일품이다. 보죽리에 거의 다다를 무렵 높은 언덕 위에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부터 보죽리까지가 일몰 감상 포인트이다.

보길도 여행은 최남단인 보죽산에서 끝난다. 195㎙의 야트막한 산이지만 이름 그대로 송곳처럼 뾰족해 오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약 40분 정도를 헉헉거리며 진땀을 빼야 한다.

그러나 일단 정상에 오르면 충분한 보상이 있다. 멀리 추자도가 보인다. 날씨가 좋으면 눈을 머리에 인 한라산의 모습까지 눈에 들어온다.

보길도=글ㆍ사진 권오현기자 koh@hk.co.kr

■땅끝마을…다산초답…가는 길도 즐겁다

보길도로 가는 길은 행복하다. 남도의 명소가 즐비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나칠 수 없는 곳이 답사 1번지로 불리는 강진과 육지의 최남단 해남 땅끝이다.

강진은 다산 정약용의 발자취를 살필 수 있는 곳. 1801년 신유사옥의 여파로 겨우 목숨만 부지한 다산은 강진에서 18년을 살았다.

그 세월 '목민심서' 를 비롯한 명저를 썼다. 다산의 '지식발전소'였던 다산초당은 강진군 도암면 만덕산 기슭에 있다. 산전수전을 두루 겪어 피곤했던 다산은 이 곳에 들어서야 "생각할 겨를을 얻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초당 본채와 제자들이 머물던 동암, 서암, 강진만을 한 눈에 굽어보는 천일각이 있다. 다산사업소(061)432-5460

강진의 다른 이름은 청자골. 통일신라 후기부터 고려말까지 500여 년간 청자가 만들어진 곳이다. 칠량면 삼흥리에 사적 제68호인 대규모 도요지가 있고 인근 대구면에 강진청자자료 박물관을 비롯한 거대한 청자촌이 조성돼 있다. 고려청자사업소(061)432-3225

보길도로 들어가는 입구인 땅끝은 한자 이름 토말(土末)로도 불린다. 행정구역상 해남군 송지면 갈두리. 예전에는 제주도로 통하는 중요한 뱃길이었다. 제주도에서 길러진 군마(軍馬)가 이 곳을 통해 육지로 전해졌다.

국토순례의 출발점이 되는 곳으로 그 상징성 때문에 연말연시에는 일몰과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해남군청 문화관광과 (061)530-5224

■비상약 반드시 챙겨야

보길도는 유명관광지이긴 하지만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면 단위의 작은 섬. 무턱대고 갔다간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날씨. 섬에서 발이 묶이는 것은 행복할 수도 있지만 기간이 길어지면 고통이다. 완도기상대(061-552-0131)에 연락을 해보고 갈 때와 올 때의 기상을 확인하는 것이 필수.

보길도에서 배로 5분 거리의 노화도에는 병원이 있지만 보길도에는 보건소(보길 보건지소 553-6918)만 있고 약국과 병원이 없다. 가벼운 상비약은 미리 챙겨야 한다.

주유소가 있는데 크게 믿지 말라는 것이 주민들의 권유. 차를 가지고 들어갈 때에는 연료를 가득 채우는 것이 좋다. LPG 충전소는 물론 없다.

물류비 때문에 육지보다 물가가 약간 비싸다. 특히 겨울철에는 문에 자물쇠를 걸어 놓고 본업에 나선 가게 주인이 많아 간단한 물건을 사는 데도 상당한 다리품을 팔아야 한다. 비상식량, 기호품 등을 넉넉하게 준비해야 즐거운 여행이 보장된다.

비상시(악천후 등)를 대비해 은행 계좌에 급히 찾을 수 있는 현금을 남겨두는 것이 좋다.

은행은 없지만 농협, 수협, 우체국이 있어 현금인출을 할 수 있다.

■가는 길

서울서 가려면 호남고속도로를 탄다. 광주톨게이트를 지나 광산나들목에서 빠져 13번 국도를 따라 영암을 거쳐 해남에 닿는다. 해남에서는 출발하는 선착장에 따라 완도나 땅끝으로 길을 잡는다. 서울고속터미널에서 완도행은 오전 7시 40분, 10시 20분, 해남행은 오전 7시 20분, 9시 40분 각각 두 차례 버스가 출발한다.

보길도행 배가 출발하는 곳은 모두 세 곳. 땅끝항(061-553-4269), 완도 화흥포(555- 1010), 석장리항(552-1173) 등이다. 오전 7시 전후 첫배가 출발해 오후 6시 전후 마지막 배가 있다. 계절, 날씨 등에 따라 배의 출발시간이 다르므로 반드시 출발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차를 선적하면 운전자의 요금은 받지 않는다. 차를 가지고 가지 않을 경우 보길도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된다. 섬에는 버스가 3 대, 영업용 택시(4륜 구동)가 7 대 있다. 문의 보길여객 박승삼사장 (011)629-7077

■쉴 곳

여관은 없고 모두 민박이다. 거의 모든 주민이 민박을 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광객이 많아 시설은 수준급이다. 2인 1실 기준 2만 5,000 원으로 요금이 정해져 있다. 1인 추가 시에는 3,000원을 더 내야 한다.

물론 비수기에는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 '돈 없는 착한 학생'은 에누리가 가능하다. 예송리의 김남길씨 집(061-553-7011) 등이 시설이 좋다. 문의 보길면 사무소(553-6501)

■먹을 것

민박집에 부탁을 하면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비수기에는 문을 여는 식당이 많지 않다.

보길도 아가씨 식당(061-555-2775) 청명회관(552-8506) 칠일횟집ㆍ식당(555-8500) 실비가든 횟집(553-6253) 등이 외지인에게 잘 알려진 식당이다. 메뉴의 주종은 물론 해산물. 돔, 우럭, 가자미, 아나고 등 횟감이 정말 싱싱하다. 비린 음식을 꺼리는 여행객을 위해 된장찌개, 김치찌개 등 간편한 백반류를 준비해두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