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산업과 정보화에 따른 개인화 시대에 대한 담론들이 쏟아지고, 자식이 부모를 버리는 현대판 고려장이 발생한다. 그럴수록 TV드라마에서 비탈거미 같은 어머니의 이미지는 위력을 발휘한다.먹을 것이 없으면 자신의 몸까지 세끼들에게 먹이로 내놓는 비탈거미 같은 우리 어머니들. 그 중심에 고두심이 서 있다.
SBS '덕이'에서 고두심은 가난의 굴레 속에서 자식과 남편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1950~1970년대 어머니였다. 그 어머니를 드러내기 위해 고두심은 혼신을 다했다.
그런 그에게 SBS는 지난달 31일 '연기 대상' 을 수여했다. 1989년 KBS '사랑의 굴레' 로 , 1990년 MBC '춤추는 가얏고' 에 이어 SBS드라마에서까지 최정상에 올라 그는 방송 3사 연기대상을 모두 받은 유일한 탤런트가 됐다.
그에게 어머니 역은 숙명이다. 요즘 인기가 높은 MBC 주말극 '엄마야 누나야' 에서는 1970, 80년대 아들 낳지 못하고 대를 잇기 위해 대리모까지 동원해 얻은 아들에게 온갖 정성을 다하는 어머니이다. "팔자려니 해요. 처녀 때부터 줄곧 엄마 역을 해왔으니까요."
그러나 고두심은 김혜자 김용림 정혜선 등 어머니하면 떠오른 중견 연기자들과 상당히 다른 성격과 이미지이다. 다른 연기자들이 다정다감하고 자상한 이미지의 어머니 라면 고두심은 질곡과 희생의 어머니이다.
" '덕이' 에서 처럼 모든 것을 희생하는 어머니는 시대가 낳은 산물같아요. 가난이라는 상황이 어머니를 강하게 만든 것 같아요. 저는 두 아이에게 그렇게 희생적이지 못한데."
"아이들이 엄마는 드라마에서 자식을 위해서 모든 것을 다해주는데 실제 생활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말을 할 때 얼굴이 화끈거린다" 는 고두심은 카리스마가 강하게 드러나는 캐릭터를 누구보다 잘 소화해 내는 연기력으로 질기고도 질긴 어머니 역을 전매 특허처럼 맡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부드러운 성격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우유부단하다는 말을 많이 하지요"
주어진 배역에 진실하는 것이 자신의 연기관이라는 고두심이 보여주는 어머니상은 첨단 정보화 시대에도 여전히 가슴을 아리게 한다. 그 어머니의 사랑이야말로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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