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양회가 쌍용정보통신 지분을 3,000억~4,400억원에 미국 투자회사인 뉴 브리지캐피탈에 매각한다.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기업퇴출 과정에서 '조건부 회생' 판정을 받았던 쌍용양회는 성공적으로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회생의 길을 걷게 됐다. 쌍용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도 '쌍용 리스크'를 제거함으로써 독자생존 행보에 가속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 매각 및 채무재조정 내용
조흥은행 위성복(魏聖復)행장은 3일 뉴 브리지 캐피탈과 쌍용정보통신 지분 매각 계약을 체결하고 364만주를 3,000억~4,400억원에 매각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중 296만주는 주당 매각가격이 10만1,510원으로 결정됐으며, 나머지 68만주는 2002년 쌍용정보통신의 경영상태가 일정 수준에 도달할 경우 주당 20만원 수준에 매각키로 했다.
또 조흥은행 등 4개 채권금융기관은 각 2,500억~3,000억원씩 전환사채(CB)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총 1조1,000억원(기 전환분 2,000억원 포함)의 채무재조정을 해주기로 했다. 쌍용양회의 공동 대주주인 일본 태평양시멘트도 CB 매입을 통해 3,000억원을 추가로 출자한다.
이에 따라 쌍용양회는 정상적으로 이자를 납부하는 차입금 규모를 지난해말 3조2,000억원(부채비율 400.4%)에서 1조8,000억원(부채비율 189%) 수준으로 대폭 줄일 수 있게 됐다.
쌍용양회 대주주였던 김석원(金錫元)씨는 지난해 12월28일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해 집행이사로서만 경영에 참여하게 됐으며, 본인 개인지분 5%만 남긴 채 특수관계인 지분 등 나머지 9.9%를 쌍용양회에 무상증여키로 했다.
또 쌍용화재보험 주식 124만1,000주도 쌍용양회에 무상증여하고 쌍용정보통신 잔여주식 47만9,000주도 처분해 자구노력에 충당키로 했다.
쌍용양회 자력회생하나
당초 7,000억원 이상으로 예상됐던 매각대금이 절반 가량으로 줄어든 것은 적지않은 부담이다. 쌍용양회 관계자는 "11?3 기업퇴출 발표로 이미 카드를 모두 노출했기 때문에 협상에 한계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채권단이 채무재조정 규모를 당초 3,000억원에서 1조1,000억원으로 늘려 부채비율이 200% 미만으로 떨어진 만큼 정상화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다가 김석원씨 등 대주주가 일본 태평양시멘트와의 합작계약서상 최소 요건인 지분 5%만 남기고 모두 사재출연한 것도 대외신인도를 제고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조흥은행측 설명이다.
이로써 지난해 '빅3'로 분류됐던 부실기업들의 처리도 어느 정도 매듭을 짓게 됐다.
현대건설은 지난해말 채권단으로부터 만기 재연장 조치를 받은 데 이어 새로운 공사를 수주할 경우 프로젝트론을 지원받기로 약속받음으로써 사실상 '회생' 판정을 받았고, 동아건설은 법정관리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나가고 있다.
쌍용의 구조조정을 주도해온 조흥은행도 이번 정보통신 지분 매각으로 숨통이 트이게 됐다.
특히 부실기업을 살려내는 명의, 구조조정의 달인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위행장은 쌍용양회의 성공적인 구조조정으로 다시 한번 그 능력을 인정받게됐다.
정부도 온갖 악재들로 터덕거리던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에 청신호가 켜지고, 대외신인도를 높이는 전기를 마련했다며 환영하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독자생존 판정을 받은 조흥은행이 불건전여신을 대폭 정리할 수 있게 됨으로써 향후 2차 금융구조조정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위성복 조흥은행장 일문일답
위성복 조흥은행장은 3일 "쌍용정보통신 지분 67.4%를 매각함으로써 쌍용양회의 경영정상화가 순탄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 쌍용정보통신 지분매각 계획은
"매각계획 주식 364만주 중 296만주를 주당 10만1,510원에 매각하고 남은 68만주는 내년에 매각할 것이다."
-현재 쌍용정보통신 주가가 6만원인데 매각가격이 10만원대로 정해진 이유는.
"주식을 사기로 한 미국 뉴브리지캐피탈이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영업이익(EBITA: 지급이자, 세금, 감가상각비 지출전 이익)을 인수가격의 주요지표로 보고 있어 이같이 결정됐다."
-당초에 411만주를 매각키로 했는데.
"364만주가 매각되고 나면 당초계획에서 남는 나머지 47만주는 시장상황이 좋아지면 팔 생각이다.".
-채권단과 대주주의 채무조정계획은.
"조흥, 산업은행이 각각 3,000억원, 서울보증보험과 예금보험공사가 각각 2,500억원의 전환사채를 매입한다. 쌍용양회 대주주인 일본 태평양 시멘트사도 전환사채 매입을 통해 3,000억원을 추가로 출연한다.".
-김석원씨는 경영에서 물러나는 것인가.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지만 일반이사로 경영에 참가한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시행종료 '워크아웃제' 평가
2년간 13개社 정상화…사실상 실패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 도입 2년 만인 지난해말 시효 종료되면서 사적 화의제도로 대체됐다.
신한증권은 3일 워크아웃 대상기업 중 25%만 정상기업으로 탈바꿈해 본래 취지에 50%도 이르지 못했다며 사실상 실패한 제도라고 분석했다.
1998년 7월 고합그룹을 시작으로 도입된 워크아웃의 신청기업은 52개(증권거래소 발표), 금융감독원의 워크아웃 대상기업은 37개이며, 거래소에 상장되거나 코스닥에 등록돼 거래되는 기업은 31개이다. 이중 벽산 등 13개사가 워크아웃을 졸업했으며, 피어리스 등 5개사는 부도ㆍ법정관리 신청 등으로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워크아웃은 채권단과 기업간 조정역을 맡은 기업구조조정위원회의 시효가 끝나 채권금융기관협의회와 채권금융기관조정위원회가 역할을 맡게 됐다.
신한증권은 "반관반민의 기업구조조정위원회도 기업 정상화 성적이 부진했다"며 "앞으로 채권단이 기업개선을 주도할 경우 추진력 약화와 기업 부담의 증가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신한측의 분석에 따르면 워크아웃을 탈피한 13개기업은 주당순이익과 함께 금융비용 부담율ㆍ부채비율이 뚜렷히 개선됐다.
13개기업은 동방 동양물산 벽산 아남반도체 영창악기 제철화학 한국컴퓨터 한창제지 화성산업 대구백화점 세신 일동제약 성창기업 등이다. 또 현재 워크아웃 진행기업인 벽산건설과 신호유화가 탈피기업과 유사한 재무흐름을 가진 것으로 분석됐다. 두 기업의 주가는 3일 이틀째 초강세를 보였다.
▶주당매출액의 경우 탈피기업 13개는 한국컴퓨터를 제외하고 특별히 개선되지 않았다.
워크아웃 진행기업에선 대우자판 대우통신 쌍용차가 증가세를 보였다.
▶주당영업이익과 경상이익, 순이익은 13개 기업 중 일동제약 제철화학 동방이 크게 개선됐고, 진행기업에서 대현 벽산건설 한창 쌍용건설 신호유화 남광토건 세풍 등이 나아졌다.
▶금융비용부담률은 13개 기업중 성창기업을 제외하면 모두 나아졌다. 진행기업인 벽산건설 남광토건 신호유화 대우자판 경남기업 신원 맥슨텔레콤도 부담률이 낮아졌다.
▶부채비율은 13개 기업중 세신을 제외하고는 낮아졌다. 진행기업에선 벽산건설 고려산업 대현 경남기업 신원의 부채비율이 떨어졌다. 이정수 연구원은 "워크아웃이 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시켜 채무상환능력을 높이는 작업인 만큼 금융비용부담률과 부채비율이 낮아진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미니해설
사적화의와 워크아웃:사적화의는 채권단의 합의로 부도를 유예하고 부실기업에게 일정기간 회생기회를 부여하는 제도. 법원의 중재ㆍ감독과 무관하게 채권자 자율로 결정되나, 채권자ㆍ채권액 100%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만큼 합의가 어려워 중견기업보다 소기업들에 주로 활용한다.
워크아웃(Work-Out)은 '몸매 다지기'로 해석되며 1980년대 미 기업들이 거품을 걷어내고 구조조정을 하기 위해 파산신청 대신 활용했다. 기업과 채권단이 공동으로 감자, 자산매각, 주력사업 정비를 해 기업을 회생시킨다는 것이다.
이자감면ㆍ상환유예ㆍ대출금 출자전환ㆍ신규자금 지원의 방법이 동원되며 협조융자나 부도유예와는 구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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