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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배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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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배미경'

입력
2001.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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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자 인터뷰"이제는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동화 당선자 배미경(29ㆍ사진)씨는 "그동안 글쓰는 일이 나에게 과연 맞는 것인지 수없이 회의가 들었지만, 미련을 놓지는 못했다"며 신춘문예 당선으로 이제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배씨는 고교 때부터 시를 써 신춘문예에 투고하는 문학소녀였다. 90년대초부터 응모를 계속했지만 계속 고배를 마셨고, 동화로 응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말 발표된 동서커피문학상에서도 배씨는 동화가 아닌 시로 입선하기도 했다.

그의 당선작은 산사에 부는 바람을 화자로 해서, 동자승과 노스님의 아름다운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어렸을 적부터 절에 가면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요즘도 자주 절을 찾으며 마음을 가다듬지요." 나이 서른이 되도록 남자친구 한번 사귀어보지 못했다는 배씨의 말이다.

배씨는 숭의여전 문창과를 졸업한 뒤 지방신문사에 취직해 전화 교환 일을 하면서 문학에의 꿈을 키워왔다. 막상 당선을 통지하는 전화를 받았을 때 배씨는 "누가 내 이름을 부르지." 하는 생각에 말문이 막혔다고 한다. 아마 당선 통지 전화는 그가 받은 전화 중 가장 기쁜 전화가 아닐지 싶다.

"사람들의 마음을 푸근하게 해줄 수 있는 글, 길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 감동을 담고 있는 글을 쓰고 싶다"고 배씨는 말했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당선소감

그때도 지금처럼 노을이 지고 있었습니다. 진분홍빛 하늘이 길을 잃은 어린 계집아이의 머리에도 내려앉고 있었죠.

눈물이 그렁그렁한 계집아이의 눈망울로 공장에서 고단한 하루일과를 끝낸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는 모습이 들어왔습니다. 자전거는 하나같이 노을을 매달고 계집아이가 서있는 고갯마루를 향해 힘차게 달려오고 있었죠.

20대의 마지막. 이제 한참 어른이 된 계집아이는 또 길을 잃고 있었습니다. 삶이라는 것을 살아가면서 하루에도 몇번씩 길을 잃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그때 좀처럼 울리지 않던 핸드폰이 울렸습니다.

당선 소식이었습니다. 창 밖에는 그때처럼 노을이 지고 있었습니다. 이제 다시는 길을 잃어버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참 그때 길 잃은 어린 계집아이는 어느 맘 좋은 아저씨의 자전거 뒤에 태워져 노을을 매달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언젠가 하얀 나비 한 마리가 꿈처럼 날아 목련나무 잎사귀 주변을 맴도는 것을 본적이 있습니다. 무엇을 찾고 있는지.. 봄 계절만큼 탐스러웠던 하얀 목련꽃이 그리워서일까 한동안 떠나지 않고 자꾸 맴돌았습니다.

"꽃은 벌써 지고 없단다. 네가 좋아하는 텃밭에 노란 장다리꽃도 지고 없을 텐데 어쩌지."

배추흰나비는 한동안 그렇게 맴돌더니 꽃이 지고 그 자리에 돋아난 크고 푸른 잎사귀가 못내 야속한지 파란 하늘 속으로 나풀나풀 날아갔습니다. 이제 그 나비에게 말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계절에 맞는 또 다른 꽃들이 피었을 거야. 그곳을 찾아가 봐. 부디 행복 하렴."

이제 좋은 글을 열심히 쓰는 일이 남은 것 같습니다. 나의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 모두에게 감사하고 싶습니다. 길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도록 부족한 저의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 약력

- 1972년 경기 수원 출생

- 1996년 숭의여전 문창과 졸업

- 경기일보사 관리부 근무

하종오기자

joha@hk.co.kr

■심사평

두 사람이 1차로 추려낸 작품 10편을 다시 윤독했다. 이 과정에서 다시 남은 것은 '질그릇의 세 번째 자리' '두 발로 단단히' '허수아비의 마음' '상처 많은 누렁이' '해장죽' 등 다섯 편이었다.

이 다섯 편은 모두 안정된 문장으로 각자의 개성을 한껏 살린 작품이지만 정독하면서 상투성, 신선감, 완성도 등이 문제되는 작품들을 하나씩 밀어내다 보니 '해장죽' 한 편만이 남게 되었다.

'해장죽'은 능숙한 솜씨 때문에 오히려 선자들을 망설이게 하는 작품이었다. 고아 동자승과 노스님의 사랑을 고목과 새순의 대비로 투명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지닌 작품이었다.

동화 독자를 성인층에까지 확대시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나 주독자가 어린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게 요즘 선자들의 생각이다.

실험정신이 높이 평가되는 시점이지만 형식 파괴 또한 주독자를 염두에 둔 고민 속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해장죽'을 선뜻 밀지 못하고 망설인 것은 이런 염려 때문이었다.

심사숙고 끝에 가능성을 믿고 '해장죽'을 당선작으로 밀기로 했다. 정진을 빈다.

/심사위원= 강정규 송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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