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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흐름' 밝혀내 수사 급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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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흐름' 밝혀내 수사 급물살

입력
2001.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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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1996년 안기부 예산 900억원을 비자금으로 조성, 이중 500억원을 4ㆍ11 총선 당시 집권여당에 지원한 사실을 밝혀낸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나머지 400억여원의 사용처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검찰은 이미 계좌추적 작업을 통해 안기부 비자금 및 총선자금 지원 규모를 거의 파악한 단계에 와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미 신한국당을 통해 4ㆍ11 총선 출마 후보자들 개인 계좌로 1인당 최소 2억원, 총 512억원의 안기부 비자금이 전달된 사실을 확인해 놓은 상태다.

검찰은 3일 "자금성격에 대해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이는 이번 사건이 갖는 폭발력을 감안, 최대한 신중을 기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수사팀이 이날 오전 향후 수사대책 등을 논의하며 분주히 움직여 수사가 가파르게 진행될 것임을 예고했다.

수사전망 검찰은 이르면 다음주부터 관련자들을 소환ㆍ조사한 뒤 사법처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권영해(權寧海) 전 안기부장, 당시 안기부 예산을 다뤘던 김기섭(金己燮) 전 기조실장이 우선 소환 대상자로 꼽힌다. 안기부 예산 900억원을 '정책집행비' '여론조사비' 등 명목으로 전용, 선거자금으로 지원했다면 이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4ㆍ11총선 당시 선거자금을 관장했던 신한국당 지도부도 소환ㆍ조사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안기부 자금의 선거자금 지원은 사안의 성격상 극도의 보안을 요할 수밖에 없어 선거조직과 선거자금 관리에 관여했던 핵심 당직자에게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

안기부 자금을 지원받은 출마자들은 불법자금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형사입건은 어려울 전망이다. 이 때문에 안기부 불법 비자금 조성 사건 수사는 베일에 가려 있던 '통치자금'의 실체를 드러내고 안기부의 불법 행위를 단죄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안기부 비자금이 불거진 경위 검찰은 지난해 5월 경부고속철도 차량 선정 로비 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중 로비스트로 활동한 최만석(60ㆍ수배)씨가 프랑스 알스톰사로부터 로비사례금으로 받은 1,100만달러 중 일부가 95년말~96년 총선 직전 황명수(黃明秀ㆍ현 민주당 고문)전 의원 계좌로 흘러든 사실을 포착했다.

이에 따라 황씨와 황씨 주변 인물 계좌를 추적하던 중 황씨가 최씨로부터 받은 돈과 선거자금이 뒤섞여 있는 계좌가 나왔고, 이를 역추적한 결과 거액의 뭉칫돈이 입금된 차명계좌기 발견됐다.

지난해 5월부터 8개월 동안 사용처와 출처 등을 파악하기 위해 이 계좌의 연결계좌를 추적한 끝에 검찰은 국가예산에서 배정된 안기부 자금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상도동 "정략적 음모"격앙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 측은 3일 구 안기부 예산의 총선지원자금 전용 의혹에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 오전 김 전 대통령을 면담했던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 의원은 "지난해 검찰 조사를 통해 사실무근으로 드러난 문제를 새삼스럽게 다시 끄집어내는 것은 김 전 대통령을 흠집내기 위한 정략적 음모"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현 정권은 김 전 대통령이 퇴임하자마자 주변에 대해 뒷조사를 했지만, 잘못된 부분을 하나도 찾아내지 못했고 국민들도 잘못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대통령은 박 의원의 보고를 받은 후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신경 쓰지 말라"고 말했다고 박 의원이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민주당 김중권(金重權) 대표가 자택을 방문했을 때는 이 문제를 화제에 올리지 않았는데 박 의원은 "미처 보고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한나라 "離籍 물타기" 역공

한나라당은 안기부 예산의 구 여권 총선자금 전용의혹이 다시 터져나오자 이적파문 정국을 물타기하려는 술책으로 규정, 여권과 검찰을 향해 날을 세웠다.

이날 당직자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지난해 10월 초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으로 여권이 궁지에 몰렸을 때 안기부 예산 전용문제를 들고 나와 검찰에 철저한 규명을 촉구했었다"며 "여권이 국민들로부터 불신과 반발을 사고 있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다시 끄집어 낸 데는 의도가 있다"고 규정했다.

장광근(張光根) 부대변인은 "정국이 소용돌이 칠 때면 꼭 다시 등장하리라고 예상했는데 그대로 됐다"고 비꼬았다.

한나라당은 이번 사태가 정치권에 대한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검찰에 대한 공세도 폈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검찰총장이 이례적으로 신년사를 통해 고위직에 대해 사정 중임을 밝히는 등 이번에도 검찰이 정권의 앞잡이 노릇을 자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민주당 "검찰 맡기자" 신중

민주당은 3일 1996년 4ㆍ11 총선 당시 안기부가 국가예산 500억원을 선거자금으로 제공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면서도 이 문제가 '의원 이적파문'을 물타기하려는 여권의 정치공작으로 비칠 것을 경계했다.

김영환(金榮煥) 대변인은 성명에서 "구 안기부의 신한국당에 대한 선거자금 제공 보도를 접하고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오전 당무회의에서는 국회 법사위와 정보위 소집 및 당내 조사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그러나 김중권(金重權) 대표는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며 "내 감으로는 틀림없는 것 같지만 일단 검찰수사를 지켜보고 철저 수사를 촉구할 뿐"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정세균(丁世均) 기조위원장도 "역사 바로잡기 차원에서 사실을 규명해야겠지만 당에서 나설 일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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