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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읽기 / 연말 가요 시상식 - "립싱크만 할테면 마이크를 치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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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읽기 / 연말 가요 시상식 - "립싱크만 할테면 마이크를 치워라"

입력
2001.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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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 대상이라고 하지 말고 차라리 엔터테이너 대상이라 부르자" "아예 마이크를 무대에서 치워라"KBS 가요대상, MBC 10대 가수가요제, SBS 가요대전. TV 3사의 이 연말 가요대상 시상식은 우리나라 외의 다른 나라 어느 곳에도 내놓을 수 없는 참담한 현장이다.

두서너 명을 제외한 모든 가수들이 성의없는 립싱크로 일관한 가요제는 '10대를 위한 가요제' 냐는 비판을 불러 일으키며, 수상의 존재 의미마저 의심케 하기에 충분했다.

그나마 무대에서 노래할 수 있는 신승훈 임창정 조성모 등 발라드 가수가 있다는 것이 다행스럽다. 그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붕어처럼 입만 벌리는 립싱크였다.

MBC의 경우 신승훈은 MBC에서 자신의 히트곡과 팝을 라이브로 부르는 등 10대 가수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코믹 댄스그룹' 이라고 자신을 희화하는 '컨츄리꼬꼬' 가 '라밤바' 등을 미리 라이브 반주로 녹음해와 무대에서 립싱크하는 것은 그나마 '성의있는' 모습이었다.

'한국 여가수의 자존심' 이라고 소개된 그룹 '핑클' 은 입술조차 제대로 맞추지 않는데도 노래소리는 멀쩡하게 나오는 '신기(神技)'에 가까운 립싱크를 연출했다.

"댄스가수들은 춤이 격렬해서 립싱크를 한다"는 게 방송사와 가수들의 변명이지만 박지윤, god는 그다지 격렬하지 않은 춤에도 립싱크를 했다.

MBC는 그래도 다채로운 행사를 위해 여러가지 준비를 했지만 SBS와 KBS의 시상식장은 말 그대로 립싱크 파티였다. 연말 가요 대상 시상식은 한해의 인기를 결산하는 자리로 1970, 1980년대 '10대 가수'에 선정됐다는 것은 가수의 실력의 보증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것이 '10대들이 만든 립싱크 가수'로 전락했다. 이런 비난을 우려, KBS와 MBC는 '성인부문'(KBS), '30세 이상의 국민이 선정한 10대 가수'(MBC)로 나누어 시상했다. 그러나 성인 부문은 트로트에 국한, 실력있는 라이브 가수들은 빠졌다.

문제는 이런 기미가 개선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공영방송이 립싱크 가수들을 양산하는 10대 겨냥 순위프로그램을 지속하면서 이렇게 작성된 순위를 기초로 연말에 10대 가수를 뽑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매년 얼굴도 모르는 '금붕어 가수'만을 본다. 차라리 '가수 연기 대상'으로 바꾸면 어떨까.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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