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994년에 이어 올해를 '2001년 한국방문의 해'로 재지정, 일년 내내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전국을 축제의 장으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매년 악화하고 있는 관광수지를 다소나마 개선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외국인들에게 솔직히 우리의 관광 인프라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한 것이 사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모처럼 찾아왔어도 "두번 다시 오고싶지 않은 곳'이라는 인상을 갖고 떠나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한국관광 분위기 조성에 실패한다면 내년 월드컵 등도 말짱 남의 잔치가 될 것"이라고 절박한 심정을 밝혔다. 관광여건 개선을 위한 최소한의 요건을 몇차례에 나누어 짚어본다.
"따진들 뭐 합니까. 어렵게 잡은 택시니 달라는대로 줘야죠."
구랍 27일 서울 힐튼호텔에 여장을 푼 이사치코(李左知子ㆍ28ㆍ여)씨는 쇼핑차 명동으로 가려고 택시를 잡았다가 아연했다. 빤히 지리를 아는데도 택시는 남대문과 시청 일대를 돌고 돌아 미터기에 5,000원이 찍혀나왔을 때야 명동에 멎었다.
이사씨는 "3월에는 같은 거리가 2,000원도 채 안나왔었다"며 "하지만 말도 안통하는데다 '택시기사와 싸워봐야 손해'라는 '한국관광 불문율'에 따라 아무말없이 돈을 줬다"고 기막혀 했다.
이튿날 밤 인사동에서도 한시간 동안 혹한 속에서 수없이 빈차를 보낸 끝에, 다른 한국인들처럼 길 한가운데 나와 "힐튼 만원"을 외치고서야 간신히 택시에 오를 수 있었다.
그는 "일본에서 발행되는 한국 관광안내 책자에는 '한국 택시는 위험하고 불친절하니 특별히 조심하라.' '이탈리아에 소매치기가 있다면 한국엔 택시기사가 있다' '시비 붙어봐야 욕만 들으니 화나도 택시기사와는 싸우지 말라'는 등 온갖 부정적 안내문이 씌어있다"고 전했다.
대부분 택시운전사들은 '일부'의 행태로 싸잡아 욕 듣는 것을 불쾌해할 지도 모르겠으나 실제로 한국관광공사가 집계한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불편신고'에도 택시횡포는 단연 1위에 올라있다.
매년 다섯차례 이상 한국에 들른다는 미국인 사업가 에릭 메드락(34)씨의 경험기는 더욱 '화려'하다. 웬만큼 한국말을 알아듣는 줄도 모르고 동료와 휴대폰 통화를 하면서 "미국X 된통 바가지나 씌워야겠다"라고 말하는 기사, 코 앞의 장소를 가면서도 "3만원 오어 고 아웃(or go out)"이라고 '협박'하던 기사, 미터기에 8,000원이 찍혀 1만원을 건넸지만 거스름돈을 주지 않은채 "No English"라며 막무가내로 버티던 기사 등.. "요즘은 이런 꼴이 싫어 비싸도 모범택시만 골라 탄다"는 메드락씨는 "한국의 택시문화는 세계 최악"이라고 서슴없이 쏘아 붙였다.
하지만 모범택시도 잡기가 쉽지 않은 탓에 요즘은 길 찾기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숫제 렌터카를 빌려 다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관광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문화관광부 한국방문의 해 기획단 관계자는 "관광 아이템이 아무리 좋아도 관광객과 직접 접촉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부정적인 인상을 주게되면 모든 노력이 헛 것"이라며 "택시횡포는 기사들의 의식전환없이는 절대로 풀 수 없는 한국관광 최대의 난제"라고 털어 놓았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KD택시 친절 원더풀"
"친절은 KD(Kind Driver 또는 강동구의 이니셜)택시의 생명입니다."
서울 강동구의 12개 택시회사가 '친절 서비스'를 내걸고 공동브랜드로 운영하는 KD택시. 지난해 5월 78대로 시작해 7개월 남짓한 지금 벌써 270대로 커졌다.
KD택시의 영업전략은 승차거부, 합승 따위로 '몇 푼 더 버는 택시'보다는 '골라타는 택시'로 만들자는 것. 실제로 'KD전략'은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 멋지게 주효해 수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귀띔이다.
KD택시 기사 박모(36)씨는 "손님 위주로 운행을 하니까 오히려 불필요한 신경을 안쓰게 돼 일하기가 훨씬 수월해 졌다"며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이 좋아할 때는 자부심까지 느끼게 된다"고 자랑했다.
교통문화운동본부(대표 박용훈ㆍ朴用薰ㆍ41)는 "모든 택시가 KD택시화하면 제일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최소한의 택시횡포 방지책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주요지점간 균일 요금 지정 및 고시 ▦택시요금 영수증 주고받기 ▦거리와 시간에 따른 요금표 게시 ▦운행빈도 잦은 지역에 대한 협정요금제 등이 그것이다.
/최문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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