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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의 감독 / '무사' 촬영끝낸 김성수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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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의 감독 / '무사' 촬영끝낸 김성수감독

입력
2001.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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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샘 페킨파와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으로부터 비롯됐다. 그리고 나는 중국대륙으로 건너가 온갖 역경을 감당해야 했을 나의 이름 모를 먼 조상들을 황토고원의 모래바람 속에서 떠올리고 싶었다."1998년 여름인가, '태양은 없다'를 끝낸 김성수(40)감독을 만났을 때 그는 "오랜 꿈"이라며 '사극'과 '액션'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페킨파의 '와일드 번치' 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 를 예로 들었다.

그때 이미 그의 머리 속에는 '무사' 가 그려져 있었고, 마음은 중국 대륙을 향해 있었다. "2년 동안 역사책을 뒤적이다 1375년에 멈춰섰다. 바로 그곳에 내가 찾던 인물들이 있었다."

원, 명 교체기에 사신으로 명(明)에 왔다 간첩으로 오인받아 쫓겨난 8명의 고려인들이다.

그들은 역사에서 사라져 버렸고, 목적을 상실한 채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배고픔과 추위와 내부 갈등이 주는 고통 속에서 대륙을 종단하다 아무 대가 없이 이방인인 한족 피난민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렸다.

그들에게서 김성수는 진정한 '무사'의 정신을 보았다. 그가 늘 시선을 두고 있는 아웃사이더의 슬픔과 아름다움을 봤다.

"나의 무사들은 중국무협물의 고수들처럼 하늘을 나는 신출귀몰함과 현란함도, 일본영화의 사무라이처럼 당당하고 멋지지도 못하다.

5개월의 대장정… 52억원 투입

역사속 아웃사이더들 삶을 사실적 폭력미학으로 복원

살아 남고자 동물처럼 움직이고, 죽음의 공포를 이기려 살육에 가까운 광기의 전투를 벌인다."

지극히 사실적인 폭력미학. 스타일리스트인 그에게는 칼과 창도, 피와 먼지도 살아 움직여야 한다. 인간의 황폐화로서, 생존본능의 이전투구 같은, 한계상황에서 능력이상이 발휘되는 액션. 영화속에서 즐기는 폭력이 아니라, 우리가 느낄 수 있는 폭력.

그가 왜 '피흘리는 샘' '폭력의 피카소' 란 페킨파를 처음부터 들고 나왔는지 알 것 같다. 과연 찍을 수 있을까. 그는 최면을 걸었다. "나는 찍을 수 있을 꺼야" 라고.

특유의 뚝심과 배짱으로 홍콩영화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중국촬영을 감행했고, 장즈이를 직접 만나 출연을 성사시켰다.

베이징(北京)에서 시작해 서부 사막을 지나 랴오닝(遼寧)성 싱청(興城) 바닷가 토성까지 5개월의 대장정, 사흘동안 샤워를 반복해도 모래가 몸에서 떨어지는 사막의 바람, 바닷물이 얼 정도의 혹한이 그와 배우들을 먼저 '무사'로 만들었다.

자연속에서 시간의 순서대로 찍어야 배우도 감독도 영화의 감정에 자연스럽게 동화한다는 그의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정우성과 주진모는 다리와 팔을 다쳤으면서도 땀으로 찌든 옷을 그대로 입고 눈에 광채를 냈다.

"무사들이 그랬듯 그들도 기필코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가자" 고 이를 물었고 마침내 그들은 그 꿈을 이뤘다.

김성수 감독은 스타일리스트답게 처음 '무사'를 찍으며 재주를 부려보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 재주가 거대한 중국대륙 앞에서 너무나 부질없어 보였다.

"차라리 상황을 잘 보여주는 방식을 찍자. 자연도 하나의 언어다. 그 아름다운 언어와 근접촬영으로 담은 인간의 고통이야말로 이 영화의 사실성" 이라고 생각했다.

스펙터클한 영화를 요리할 역량이 안 되는 것 같아 절망도 했다. 가늠이 되지 않고, 끝도 보이지 않았었다.

모든 인물에 대한 애정이 깊어져 누구를 버리고 누구를 찍어야 하는가의 선택이 가장 어려워 한 상황에서 각자의 반응을 모두 담았다. 무려 4,000커트. "선택은 나중에 하자."

지난 연말 중국에서 돌아온 그는 이제 5개월 동안 그의 말처럼 "괴물이 쌓였는지, 쓰레기가 쌓였는지" 확인하고 정리하고 다듬는 4개월간의 후반작업을 시작했다. 제작비 52억원.

계획보다 무려 12억원이 늘었다. 이렇게 커질 줄은 그도 몰랐다. 워낙 악조건이었고, 이런 시도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돈이 아니다. 블록버스터는 시간과 공이 많이 들어간 영화, 한국영화가 해내지 못한 것들을 시도해야 한다."

2년 이상을 준비했고, 영화적 창의성을 갖고 역사를 복원한 '무사'(5월 개봉예정)를 두고 하는 말일까. 김성수 감독은 "아무나 하면 안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1년은 더 준비했어야 했다" 는 말로 고개를 저었다. "때가 오긴 왔는데 너무 일렀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영화 앞에서 나는 겸손해졌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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