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부끄럽다. 민주당이 자민련을 원내 교섭단체로 만들어 주기 위해 의원 3명을 꾸어준 것은 정말로 충격적이다. 민주당은 이를 놓고 '개혁추진과 정국안정을 위한 3인의 충정'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국민은 없다.이 순간엔 오히려 '국민 기만극 이며 정치 쿠데타'라는 한나라당의 격렬한 비난에 귀가 솔깃 할 것이다.
이로써 정국구도는 양당체제에서 신3당체제로 변화를 맞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는 총선민의에 배치되는 구도다.
총선 민의는 어느 정당도 과반의석에 미치지 못함으로써 대화와 타협에 의해서만 정국이 운영되도록 하는 황금분할식 양당체제였다.
신3당체제를 인위적 정계개편이라고 보는 이유는 이런 데 있다. 민주당은 비난여론이 비등하자, "정치안정을 통해 국민이 겪는 경제적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선 이 길밖에 없음을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밝히고 있으나, 합당한 말은 아니다.
자민련을 원내 교섭단체로 만들어 주는 것, 그렇게 해서 공조를 확실하게 얻어 내는 것만이 정치안정을 기대 할 수 있다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이는 그야말로 '수(數)의 정치'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해 자민련이 교섭단체가 되느냐 여부는 오로지 JP의 정치적 체면에 관한 문제일 뿐이라고 사람들은 보고 있다.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국민의 위임을 받은 헌법 기관이다. 형식 논리로 따지자면 3명의 의원들은 유권자의 뜻을 확인하기 전 당적을 옮겨서는 안된다.
그들은 더구나 선거 때 자민련 후보를 떨어뜨리고 당선된 사람들이다. 사정변경을 내세워 당을 옮긴 배기선(부천 원미을) 송석찬(대전 유성) 송영진(충남 당진)의원은 지역의 유권자에게 당적 변경을 해명하고, 그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더불어 민주당도 좀 더 성의 있게 이번 사태를 설명하고, 사과할 것이 있다면 사과해야 할 것이다. 3명의 의원이 빠져 나갔는데도 지도부가 희희낙락하는 것은 앞뒤가 안맞는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김대중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일시적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원칙을 지키며 정도를 걷겠으며, 여야간 상생의 정치를 꼭 실현시키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3명 의원의 당적이탈이 과연 정도를 걷는 것인지, 상생의 정치로 이어질 것인지 여당은 깊이 생각해야 한다.
이념과 정책이 아닌, 정치적 사정변경에 따라 당적을 옮기는 일이야 말로 '패거리 정치'의 전형이라는 것을 정치인들은 유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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