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4·11 총선 당시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국가예산을 전용하는 수법으로 무려 9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 이중 500억원을 총선자금으로 사용한 사실이 포착돼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이에 따라 안기부 비자금 조성 및 총선자금 지원 경위 등과 관련, 경우에 따라서는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과 당시 신한국당 지도부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정국에 큰 파문이 예상된다.
대검 중수부(김대웅. 金大雄 검사장)는 2일 4.11총선 직전 안기부 예산 가운데 500억원이 총선자금으로 지원된 사실을 확인, 권영해(權寧海) 당시 안기부장 등 관련자 7~8명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검찰은 이 사건 관련자들의 안기부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 만료일이 이달 중순으로 임박함에 따라 권 전부장 등을 조만간 소환, 비자금 조성 및 신한국당 선거자금 지원 경위 등을 조사한 뒤 안기부법 위반(정치관여 금지) 등의 혐의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검찰은 경부고속철도 차량(TGV) 선정 로비사건과 관련, 계좌추적을 벌이던 중 거액의 뭉칫돈을 발견, 출처와 사용처 등 자금흐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아직 사용처가 확인되지 않은 400억원에 대해서도 자금흐름을 계속 추적중이다.
현행 국가정보원법(구 안기부법) 9조는 국정원 직원이 특정 정당, 또는 특정 정치인을 위해 국가.지방자치단체 및 정부투자기관 자금을 이용하거나 이용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5년이하의 징역과 5년이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검찰은 그러나 당시 선거자금을 지원받은 신한국당 의원들의 경우 안기부의 비자금 불법 조성 사실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형사처벌은 어렵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안기부 불법 비자금 조성 사건과는 별개로 경부 고속철도 차량 선정 과정에서 로비스트로 활동한 최만석(59ㆍ수배)씨로부터 황명수(黃明秀)전 의원이 4억원을, 전 자민련 의원 1명이 3,000만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 조만간 사법처리키로 했다.
이진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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