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왼쪽 길/ 차나 짐은 바른 길/ 이쪽 저쪽 잘 보고/ 길을 건너갑시다. 중ㆍ장년 세대는 어린 시절 학교에서 이런 노래를 부르며 질서교육을 받았다. 무심히 복도 바닥의 노란 선을 넘어섰다가 적발되어 처벌을 받은 추억도 있다.사람은 좌측, 차는 우측통행이란 의식은 알게 모르게 한국인의 뇌리에 스며 들었다. 차도 사람도 많지 않던 시절,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도 모르고, 그저 배운 대로 살아가면서 질서에 길들여 졌다.
■최근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일이 생겼다. 얼마 전부터 국제기준에 따른다는 이유로 교통당국이 횡단보도 표지를 바꾸면서 오른 쪽에 화살표를 해 놓은 것이다.
95년 행정쇄신위원회 건의로 서울 강남지역에서 시범운영을 해보니 효과가 있어 전국에 확대했다는 것이 경찰청의 설명이다.
차량 정지 선과 보행자의 거리가 그만큼 멀어져 사고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횡단보도만을 예외로 하자는 논의는 기억에 없다.
■우리가 까맣게 모르고 있는 또 하나의 예외가 있다. 차량은 우측통행이 원칙이지만 기차만은 반대로 좌측통행 체계다. 철도 단독노선에서는 큰 문제가 없지만 우측통행 체계인 지하철과 연결되는 구간에서 혼란이 일어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하철과 국철이 연결돼 있는 서울지하철 1호선만은 좌측통행 체계로 건설되었고, 나머지 지하철은 모두 우측통행 체계다. 건설후 국철과 연결된 곳에서는 국철구간에서 통행체계가 바뀐다.
■기차가 좌측통행인 것은 구한말 우리 철도가 일본인들 손으로 건설되었기 때문에 불가피한 예외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의 통행방식은 편의에 따라 바꿀 일이 아니다. 꼭 바꿔야 한다면 국민적 논의에 부쳐 그 결론에 따라야 한다. 통행방식 하나에도 이렇게 많은 예외와 특례가 용인되는 것이 우리 정치와 사회상의 혼란과는 연관이 없을까.
좀 불편하고 손해 보더라도 원칙만은 확실히 지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전통을 세우는 것이 21세기 모든 한국인의 과제가 아닐까.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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