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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민족의 자부심을 다시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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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민족의 자부심을 다시 세우자

입력
2001.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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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새천년'이라는 구호를 앞세우고 떠들썩하게 시작했던 2000년은 별다른 성과없이 흘러갔다. 성과가 없을 뿐 아니라 도리어 혼란스러운 한 해였다. 이제 다시 밝아온 2001년은 진실로 '희망찬 새해'가 되도록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하겠다.우리의 현실을 비관적인 것으로 느끼게 하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경제적 불황이다. 그리고 이 경제적 불황은 우리의 의지로써 막기 어려운 국제적 여건과도 깊은 관계를 가졌다.

그러나 우리 경제 불황의 전부를 국제적 여건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으며, 우리가 미리 슬기롭게 대처했다면 이토록 심각한 지경에는 이르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당면한 심각한 경제난에는 우리들의 잘못으로 초래한 인재(人災)의 측면도 적지 않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오늘의 한국을 이토록 어려운 지경에 빠트린 우리들의 잘못은 주로 무엇에 연유하는 것일까?

도덕성 해이가 난국 초래

이 물음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대답이 있을 것이다. 우리들의 잘못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정신자세의 붕괴 즉, 도덕성의 해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IMF의 상처가 완전히 치유되기 전에 성급한 축배를 든 사람들이나, 살아남기 위한 구조조정을 일관성있고 공정하게 수행하는 것을 방해한 사람들이나, 또는 재벌 내부의 갈등으로 자구책의 실천을 지연시켰거나 눈가림의 구조조정으로 속임수를 쓴 사람들은 모두 넓은 의미의 도덕성을 배반한 사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요즈음 우리는 국제적 신뢰의 상실을 걱정하고 있거니와, '신뢰의 상실'이란 곧 '도덕성의 타락'을 의미할 따름이다.

국가가 곤경 내지 위기에 처했을 때 그 위기를 극복하고 곤경에서 탈출하기 위하여 앞장서야 할 사람들은 위정자 내지 여야의 정치인들이다.

그런데 그들은 과연 이 직분에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지난 1년 동안 국회 주변에서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준 사례는 부지기수이다.

본인들은 우국충정에서 한 말 또는 행위라고 괴변을 늘어놓았지만, 속셈은 본인 또는 그의 일당을 위한 잔꾀에 불과한 언행들이 적지 않았다. 엉뚱한 짓거리에 '살신성인(殺身成仁)'이라는 찬사를 갖다 붙인 언어의 남용도 있었다.

개인주의가 이기주의 변질

국민의 대다수는 어려운 상황을 참고 견디며 열심히 살았다. 그러나 더러는 유흥과 낭비로 소일한 사람도 있으며 혼란을 틈타서 비행을 저지른 사람도 있었다.

나라를 일으켜 세우려는 대아(大我)의 견지를 포기하고, 오직 '나' 한 사람만 편하게 살겠다는 소아(小我)의 이기주의 속으로 도피한 사람들도 있었다.

국가 유사시에는 위정자와 국민이 한마음되어 그 난국을 극복하는 일에 몸을 던진 것이 우리 조상들의 전통적 정신자세였고, 그 굳건한 뜻이 있었기에 우리는 불리한 지정학적 조건 속에서도 단일민족으로서의 역사와 문화를 지켜 왔다.

그러나 서구에서 들어온 개인주의가 '개인주의'라기 보다는 '이기주의'로 변질하면서, 우리는 지금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귀중한 정신적 유산을 잃어가고 있다.

축복받은 이 땅을 위하여

비록 '세계화'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우리가 세계 속에서 떳떳하게 살기 위해서는 우리들 자신의 강대한 조국과 자랑스러운 문화를 지켜야 한다. 우리들은 뿌리를 무시하고 부평초처럼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며 그런대로 살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가장 바람직한 삶의 모습은 아니다. 세계의 어느 곳에 가서 살더라도 자랑할 만한 뿌리를 가졌을 때 우리의 삶도 만족스러울 것이다.

세계 지도를 바라볼 때 우리 한반도는 자연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지역의 하나라는 느낌을 자주 갖는다. 기후와 풍토 그리고 천재와 지변 등 여러 조건들을 비교할 때, 한반도 만치 살기좋은 땅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거듭 갖게 된다.

이 땅의 사람들이 잘만 하면 세계에서 가장 축복받은 나라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느낀다. 우리가 힘을 합하여 노력을 하면 그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우리를 위하여 옳고 바람직한 길이 무엇인지는 스스로 명백하다.

김태길 철학문화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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