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2일 여의도 당사 총재실에서 한국일보 이병규 정치부장과 신년 인터뷰를 했다.이 총재는 인터뷰에서 민주당 의원 세명의 자민련 입당과 관련, "인위적 정계 개편은 국민에게 용서 받지 못할 것이며 한나라당도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여당이 그런 생각을 갖고 정치에 임한다면 상생의 정치를 어떻게 해 나가야 할 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_3명의 민주당 의원이 자민련으로 당적을 바꾼 일 때문에 새해 정국이 심상찮다. 한나라당에서는 이를 국민 기만극이라고 비난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 나갈 생각인가.
"이런 식의 왜곡된 정치 행태는 묵인될 수 없다. 자기 의사로 탈당하고 입당하는 것을 누가 뭐라고 그럴 수 있겠는가. 교섭 단체를 만들어 주기 위해 파견된 모습이다.
총선에서 국민이 선택한 정당 구도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단순히 자민련을 교섭단체로 만드는 것 외에 한나라당을 포위하는 정치 구도를 만드려는 그랜드 디자인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런 작태는 묵과할 수 없다."
_이적을 (여권의)그랜드 디자인의 일환으로 본다면 (이번 사건이)정계 개편의 단초가 될 가능성도 있는데.
"많은 국민들이 그런 의혹을 갖고 있다. 우리도 다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가장 현실성이 높은 정계 개편론의 시나리오는 어떤 것이라 생각하는가.
"시나리오 여부를 떠나 인위적 정계 개편은 결코 가능하지도 않고, 국민에게도 용서 받지 못할 것이다.
민주당이 의원 3명을 꿔 주고 DJP공조를 복원한다는 식의 정계 개편은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없다. 더구나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정계 개편을 꾀한다면 현 정권과 국민에게 불행한 일이 될 것이며, 우리 당은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
-그랜드 디자인이 현실화하려면 한나라당에서도 이에 호응하는 움직임이 있어야 하는데 그럴 개연성이 있나.
"현재로서는 당내에 관해서는 걱정 안 한다. 문제는 (여권이)그런 모양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 무리한 행동을 하고, 수를 쓰고, 이렇게 해서 새해 정국을 진흙탕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4년 중임제 개헌론도 (그랜드 디자인의) 일환으로 볼 수 있는가
"정ㆍ부통령제 개헌이든 중임제 개헌이든 그 자체로서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 이 시점에서 개헌을 주장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느냐 하는점이다.
개헌론은 인위적인 정계 개편 의도에서 비롯되고 있다는데 모든 당직자들이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한나라당 내부에도 개헌을 주장하는 인사가 있는데.
"그 분들도 (자신들의 주장이) 여권에서 제기하는 개헌론과 동일시 돼 정계 개편의 빌미가 되는 것은 본인들의 뜻이 아니라고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
-4일로 잡혀있는 영수 회담은 어떻게 할 것인가.
"영수 회담이 이런 상황을 거치면서 과연 제대로 실효를 거둘 수 있는 지 강한 의문을 갖는다. 여러 의견을 들어 결정하겠다."
-신년사에서 큰 정치를 하겠다고 했는데. 여권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
"여당이 어떤 생각을 갖느냐가 문제다. 세 명의 의원을 보내 교섭 단체를 만드는 식의 정치 운용을 생각하고 있다면 참으로 힘들다.
그런 생각을 갖고 정치에 임한다면 야당으로서는 과연 상생의 정치를 어떻게 해나갈 지 걱정 된다. 국민을 생각하고,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하라고 강력히 충고하고 싶다.
지난 연말에 경제 회생에 초당적 협력을 하겠다고 했는데, 느닷없이, 사실은 짜놓은 각본인 것으로 생각되지만, 정치를 또 한번 헝클어지게 만들었다.
이 사람들이 경제를 바로 세우겠다는 사람들인가. 민생은 안중에 없고 나중에 어떻게 되든지 간에 음모대로 치고 나가서 한번 일을 저질러 보자는 식이 아닌가 걱정된다."
-대통령이 연초에 밝힐 국정 쇄신 방안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정파의 이해를 떠나 대통령으로서 국가의 모양을 다듬어 나가는 국정 쇄신안이 나와야 한다. 어떻게 보면 이번이 국정 쇄신의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 세 의원의 이적 사건을 보면서 솔직히 그런 기대를 버렸다.
-여권에 대해 기대를 버린다는 뜻으로 들리는데 이것이 대통령에게도 그대로 해당되는 것인가.
"그게 민주당 단독으로 한 일이겠는가"
-경제가 어려운데 경제 회생을 위해 정쟁 중단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할 의향은 없는가.
"우리 당은 경제 살리기를 목표로 정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말로만 경제를 걱정할 뿐 사실은 정치 놀음에만 관심이 있다. 만약 여권이 경제 살리기를 뒷전으로 미루고, 정권 연장을 위한 정계 개편이나 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차기 대선에서 가장 강력한 여권 후보는 누구라고 보는가.
"대선까지는아직 2년이나 남았다. 지금은 대선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 정치 지도자들이 대선을 생각하기에 앞서 난국 극복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치권 일각의 분석대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른바 반 이회창 연대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나.
"김영삼 전 대통령은 대통령을 지낸 국가 원로다. 그 분이 나라를 위해 많은 걱정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
-당내 강경파들에게 지나치게 영향을 받는다거나, 혹은 3김씨 못지 않게 당을 1인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지적이 있는데.
"당 운영에 있어 총의를 모으는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2년 반 동안 야당 총재로서 현 정권의 탄압에 맞서 대응해온 것도 당원의 총의를 모았기에 가능했다.
그 과정에서 시급한 상황에 직면할 때, 우선 대응을 하고 사후에 당원의 의사를 확인하는 피치 못할 상황도 있었다. 총재란 모든 책임을 지는 자리다. 야당 총재로서 외로운 결단을 내려야 할 때도 있다."
-지난 해 한나라당의 대권 문건이 공개됐을 때 무척 화를 냈다고 들었다. 당내에서는 이 총재가 마치 대선 후보가 된 것처럼 행동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어찌됐건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 특히 언론 관계자들과 국민에게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제1당 총재로서,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 해야 할 책무에 충실하고자 할 뿐 후보처럼 행동하고 있지는 않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그의 서울 방문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6?25, 아웅산 테러, KAL기 폭파 사건 등에 대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인가.
"(김 위원장을) 직접 대면한 적이 없어 뭐라 평가하기 어렵지만 김위원장이 북한의 절대 권력자임은 분명하다.
대화 상대로 김 위원장을 인정하며, 그의 서울 방문을 반대하지 않는다. 김 위원장이 야당 총재를 만나기를 원한다면 기꺼이 만나겠다.
6?25 등 과거사 문제는 적절한 시점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다만 이 문제를 제기하는 시점이나 방식은 남북 관계의 전반적 상황을 고려해 현명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다."
-신년 휘호로 정한 것이 있다면.
"행불유경(行不由經)으로 정했다.
정리=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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