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첫해를 맞는 분위기가 밝지 못하다. 새로운 천년에 들어가면서 무엇인가 곧 이룰 것 같았던 지난해와는 사뭇 다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데다 전망 또한 낙관적이지는 않기 때문일 것이다.연초 덕담 듣기가 쉽지 않다.
당장 피부에 와 닿는 실업과 물가를 봐도 그렇다. 정부는 올해 실업률을 3%대로 잡고 있지만 많은 경제연구기관들은 4%선을 넘어 실업자가 100만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소비자 물가지수 목표를 지난해보다 높게 설정했다. 물가를 위협하는 불안정한 요인들을 제외하고서도 물가는 오른다는 전망이다.
지난해 체감경기를 더욱 악화시켰던 증권시장 또한 결코 장밋빛이지 않다. 재정경제부 장관이 새해 업무 첫날 증권업계와의 간담회에서 서둘러 대책을 내놓은 것을 봐서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정부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예산의 63%를 상반기에 집중 배정하고, 6개 부실은행에 4조원의 공적 자금을 투입했지만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 국민들은 많지가 않다.
한때 IMF체제를 완전 극복했다고까지 선언했던 우리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우리는 몇 년 동안이나 구조조정만이 살 길이라고 한 목소리로 외쳐왔다. 그런데도 올해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로 구조조정이 꼽히고 있다. 제대로 된 구조조정은 찾아보기 힘들고,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꼬리표는 계속 붙어 다닌다.
각자가 책임은 미루고, 과실은 독차지하려고 한다면 구조조정은 언제까지나 헛바퀴를 돌 뿐 이라는 사실이 지난해 여실히 증명됐다.
원칙은 '현실'이라는 눈 앞의 이익과 타협해 왜곡을 낳았고, 이는 다시 원칙을 깔아 뭉개는 악순환이 되풀이 됐다. 각 경제주체가 모두 '시장'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녕 시장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3불(불신 불안 불확실성) 현상만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우리 모습인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 총론 뿐 아니라 각론까지도 훤히 꿰고 있다. 그런데도 실천을 못하는 것이 문제다.
올해는 IMF 4년차다. 다른 나라의 경험으로 보아 흥망이 갈리는 기로에 선 해라는 점을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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