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의 차기 미국 행정부에서 동북아와 한반도 정책을 주도할 외교안보팀의 라인업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공화당 정권의 대 한반도 및 북한정책의 방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워싱턴포스트는 29일 콜린 파월 국무장관 지명자와 호흡을 맞출 부장관에 마이클 아마코스트 브루킹스 연구소장이,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지명자를 보좌할 부장관에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방부 국제안보담당 차관보가 확실시된다고 보도했다.
또 한국과 중국, 일본 등 20여개국을 담당하는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에는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때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등을 역임한 제임스 켈리 태평양포럼 회장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집권 8년 동안 보수적 싱크탱크 등에서 사실상 '은둔생활'을 해온 이들은 미국내 대표적인 지한파들이다. 아미티지 전 차관보는 한국과의 연례 안보협의회의(SCM)를 주도하고 노태우(盧泰愚) 정권 당시 용산 미 8군 기지 이전 협상을 타결지었다.
아마코스트 소장 역시 일본과 필리핀 주재 대사를 역임한 아시아통으로 한반도 통일에 관한 논문을 내기도 했다. 켈리 전 보좌관은 아미티지와 같은 해군사관학교 출신으로 한반도 관련 군사외교 문제에 매달렸던 전략가로 꼽힌다.
이들은 한결같이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관계개선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 적지않은 의구심을 갖고 있으며 적극적인 포용정책을 기조로 한 한국 정부의 대북 접근방식에 대해서도 공공연히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해왔다.
아미티지 전 차관보는 31일자 요미우리(讀賣)신문과의 단독회견에서 북한과의 미사일 개발ㆍ수출 억제 교섭과 관련, "차기 정권은 합의의 이행을 검증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빌 클린턴 정권 이상으로 회의적"이라면서 검증수단이 담보되지 않은 채 교섭을 계속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또 "북한과의 관계 개선은 맨 처음 한국이 추진하고 다음은 일본이며, 미국은 세번째가 좋다"면서 "미국은 평양이 대화를 원하게 될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신중한 접근자세를 밝혔다.
아미타지의 이 같은 언급은 지난해 2월 폴 월포위츠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장 등 보수파 인사 11명과 함께 작성, 의회에 제출한 일명 '아미티지 보고서'와 맥을 같이한다.
이 보고서는 대북관계에 엄격한 상호주의의 적용을 강조한 뒤 북한이 미국의 요구에 불응할 경우 해상봉쇄 등 강경정책을 권고,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지침서였던 '페리 보고서'와 차이를 보였다. 때문에 부시 정권의 대 한반도 정책이 클린턴 행정부 때에 비해 '일정한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가 새로운 대외정책을 입안하기 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며 동맹국인 한국의 주도권을 인정하고 대북 포용정책을 일단 지지하는 점 등으로 볼 때 당분간은 한반도 정책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찮다.
아미타지 전 차관보도 "미국은 한국의 움직임을 지원할 것"이라면서도 "미국 스스로 대북관계 개선을 서두르진 않을 것"이라고 균형을 취했다.
부시 행정부는 올 상반기 중 기존의 아미타지 보고서를 점검한 뒤, 페리 보고서에 대응하는 새로운 대북관계 보고서를 내놓을 계획이다.
클린턴 대통령의 임기말 방북까지 검토했던 민주당 정권의 대북 관계개선 성과와 미사일 문제 등 미완의 과제를 공화당 행정부가 어떻게 평가하고 얼마나 받아들여 이어나갈지는 한국은 물론 동아시아 전체의 관심사다. 또 부시의 외교안보팀이 한반도 문제를 대 중국 관계설정과 일본과의 동맹중시라는 큰 역학관계에서 분석해왔다는 점도 눈여겨보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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