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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 당적이적 파장 / '養子이적'...인위적 신3당체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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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 당적이적 파장 / '養子이적'...인위적 신3당체제로

입력
200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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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선(裵基善) 의원 등 민주당 의원 3명이 자민련으로 당적을 옮겨 연말 연시 정국을 격랑에 휩싸이게 했다. 당적이동 사태로 여권은 'DJP 공조 복원'이란 실리를 챙겼지만 야당의 반발과 비난여론 등 부담이 만만치 않다.민주당은 의원 3명을 자민련에 '양자(養子)' 로 보냄으로써 공동정부 초기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공조를 복원할 수 있게 됐다. 총선에서 참패한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명예총재는 민주당에 빚을 짐으로써 상당기간 여권 공조의 틀에 머물러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양당 공조는 2002년 대선까지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자민련이 교섭단체 등록을 하면 국회는 '신 3당 체제'로 운영된다. 4ㆍ13총선으로 형성된 양당체제 아래서 제1당의 지위를 누렸던 한나라당으로서는 불만스러운 구도변화다. 자민련의 여권편입으로 정국이 여야 정면대결 구도로 갈 수도 있다.

여권은 이적을 통해 정국안정 기반 확보의 단초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과 자민련을 합친 의석은 과반수에서 한 석 모자라는 136석. 군소정당이나 무소속, 한나라당 비주류 가운데 최소한 1~2석의 도움만 얻으면 국회 운영을 주도할 수 있다.

이 사건이 한나라당 일부 비주류 인사가 흔들리고 큰 그림의 정계개편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은 민주당과 자민련이 합당하지 않고서도 정국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합당' 압력이 그 만큼 줄었다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양당 내부에서 합당론이 계속 거론되고있는 데다 송석찬(宋錫贊) 의원 등 자민련으로 이적한 3인이 "자민련 입당이 합당 논의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어 큰 틀의 정계개편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고 봐야 한다.

민주당은 "야당의 저지로 국회법 개정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3 의원이 정국안정을 위해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야당의 반발 강도가 심상치 않아 정국 파행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한나라당은 '총선 민의를 뒤집은 정치적 쿠데타' '인위적 정계개편'이라고 비난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DJ 정권 타도와 JP 정계은퇴 투쟁을 벌이겠다"며 장외투쟁도 검토하고 있어 정국경색이 오래갈 가능성도 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한나라 반응

한나라당은 민주당 의원 3인의 자민련 입당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며 연일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구랍 31일 미리 배포한 신년사를 수정, "현정권에 협력할 수 있다"는 문구를 빼고 "정권이 또 다시 국민 기만극을 연출했다"고 비난하는 내용으로 바꿨다. 당 대변인실은 4건의 성명과 논평을 잇달아 내고 "정치적 친위쿠데타""희대의 정치사기극"등의 극한 용어를 써가며 총공세를 폈다.

이날 열린 긴급 당직자 간담회도 "모든 수단을 동원, 철저히 응징하겠다"는 전면전 분위기가 팽배했다. 김기배(金杞培) 사무총장은 "썩은 정치를 하는 사람, 민주주의를 갖고 장난치는 사람은 정계 퇴출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흥분했다.

한나라당이 이같이 격분하는 배경에는 연말에 여권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았다"는 배신감이 우선 자리한다. 이 총재도 30일 보고 받고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라며 한동안 어이없어 했다. 나아가 여권이 민주당 3인의 이적을 시발로 제2, 제3의 후속조치를 통해 야당을 흔들기 위한 정계개편 추진과 개헌론을 밀어붙일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작용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새해 들어 여당을 규탄하는 파상 공세를 계획하고 있다. 1일 중앙당과 전국 지구당에 규탄 현수막을 게시하는 것을 시작으로 2일 당 부총재단 및 지도위원 연석회의, 3일 전국지구당 위원장과 국회의원 연석회의 등을 연다.

또 9일 회기가 끝난 직후 임시국회를 재소집하고 지구당 별로 규탄대회 여는 등 원내외 병행투쟁을 할 방침이다. 그러나 4일 영수회담의 경우 대부분의 당직자들이 불참을 건의하고 있으나 일단 이 총재에게 일임하기로 했다.

한 당직자는 "이 총재가 영수회담에 응하되 김 대통령에게 정개개편을 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아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정치도의 아니다" 자민련 일부반발

민주당 의원 3인을 '빌려' 교섭단체를 등록하려던 자민련이 내부반발로 진통을 겪고 있다.

민주당 3인이 입당한 구랍 30일 소속 의원들에게 사전설명 없이 인감도장을 넘겨 받아 교섭단체등록까지 마치려던 당 지도부의 계획은 "의원의 인감을 허락도 받지 않고 찍었느냐" "정도(正道)가 아니다"는 등 당내 일각의 거센 반발로 연초로 미뤄졌다.

강창희(姜昌熙) 부총재는 31일 "이런 식으로 교섭단체가 되면 자민련은 말 그대로 민주당의 인질이 된다"며 "누가 봐도 정략적인 이런 방식은 정치 도의상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왜 도장을 찍느냐"면서 31일까지 교섭단체 서류에 날인하지 않았다. 그는 향후 거취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 중"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 때문에 당 총재인 이한동(李漢東) 총리가 강 부총재를 급히 찾는 등 소동을 벌였다.

정진석(鄭鎭碩) 의원은 "교섭단체구성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나 내가 배운 정당정치란 이런 것이 아니다"며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정치가 너무 부끄럽다"고 말했다.

검찰 탄핵안 파동 때 이들과 같이 '6인 항명'에 참여했던 이완구(李完九) 정우택(鄭宇澤) 이재선(李在善) 의원 등은 입각에 대한 기대 때문인지 반기는 쪽이었다.

김종호(金宗鎬) 총재 대행은 "30일 소집한 의원총회에서도 3인의 입당과 교섭단체 등록에 반대한 사람은 없었다"며 당내반발을 '찻잔 속의 태풍'으로 받아 들였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입당 뒷얘기

민주당 의원 3명의 자민련 전격 입당과 관련해 양당 지도부와 사전 협의 여부가 관심사다. 양당지도부는 모두 해당 의원들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라며 사전 개입 사실이 없다고 잡아 떼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바로는 양당 지도부가 지시 또는 협의까지는 아니라도 사전에 움직임을 알았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우선 송석찬(宋錫贊ㆍ대전 유성) 의원이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에게 최소한 두 차례 의견을 물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최고위원은 이 때만 해도 실현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은 듯 그냥 '허허' 웃어넘겼다고 한다. 김중권(金重權) 대표도 '거사' 2~3일 전에 '동향'을 보고 받았으나 말리지 않았다는 것이 정설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송 의원이 지난해 7월 의원총회에서 "자민련의 교섭단체 구성을 위해 '양자'(養子)로 가겠다"고 말한 것이 발단이다.

대부분이 흘려 들었지만 송 의원은 그동안 서울ㆍ경기ㆍ호남 지역 의원 들을 대상으로 '동지'를 규합했다. 당내 실세인 동교동계와 가까운 의원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동교동계는 흐름을 파악하고 있었을 것임은 자명하다. 이 때 동교동계인 배기선(裵基善ㆍ부천 원미을) 의원이 움직이자 갑자기 무게가 실렸다.

배 의원은 검찰총장 탄핵안 파동 직후 자민련 이양희(李良熙) 총무를 만나 자민련이 '학수고대' 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배ㆍ송 두 의원은 지난달 19일 예결위회의장에서 예결위 장재식(張在植) 위원장이 듣는 가운데 "야당의 발목잡기로 하루살이 예산심의가 이뤄지는 국회상황을 더 방치하면 안된다"며 결행을 작심했고 이인제 최고위원의 직계로 분류되는 송영진(宋榮珍ㆍ충남 당진) 의원도 적극적으로 가세했다.

당초 이들은 예산안과 국회법 개정안의 강행처리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여의치 않자 "해를 넘기지 말자"는 데 뜻을 모았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자민련 입당 3인은 누구

배기선-동교동계, 송석찬-'양자론' 첫제안, 송영진-이인제계

자민련으로 이적한 배기선(裵基善) 의원은 4ㆍ13 총선 때 부천 원미을에서 한나라당 이사철(李思哲)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동교동계 재선의원으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

97년 대선 때 전략 기획팀 팀장을 맡아 실력을 인정 받았다. 당적변경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 그는 "한나라당이 자초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신 시절 긴급조치 위반과 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에 휘말려 두 차례 투옥됐다가 풀려 나면서 정치의 길로 들어섰다. 지난 8ㆍ30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 때에는 기획책임자로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을 도왔다.

'양자(養子)론'의 아이디어를 제공한 송석찬(宋錫贊) 의원은 본인 말대로 '김 대통령과 30여년간 노선을 같이 해 온' 의리파다. 송 의원은 청년기동유세반 연사로 김 대통령을 돕기도 했다. 대전 유성구청장을 두 차례 연임하면서 명 구청장 소리를 들었다.

지역적 인연 때문에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과 가깝지만 한화갑 최고위원이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송영진(宋榮珍) 의원은 14대 때 국민당으로 당선됐다가 15대 총선에서 자민련 김현욱(金顯煜) 전 의원에게 빼앗긴 자리를 16대 때 탈환했다.

계보 상으로는 이인제 최고위원의 직계로 분류된다. 성격이 다소 급하지만 한번 작심하면 흔들리지 않는다는 송 의원은 자민련 이적 과정에서 "의원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적극성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자민련 교섭단체 등록땐

자민련이 교섭단체를 구성하면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이익을 누리게 된다. 우선 교섭단체로 국회운영에 당당히 참여함으로써 3당 체제의 한 축을 형성,정치적 위상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민주-한나라당 사이에서 행사하는 캐스팅 보트의 영향력도 더 키울수 있다.

재정적인 이익도 크다. 교섭단체가 되면 자민련은 분기마다 12억원을 국고보조금으로 받는다.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받은 5억8천만원보다 8억여원이 많다. 자민련이 더 받는 액수 만큼 민주당과 한나라당 몫은 줄어든다. 국회에서도 정책전문위원 5명, 행정보조요원 7명을 국비지원으로 활용할수 있으며 국회사무처가 매월124만원씩 주던 원내활동 지원비도 1,000만원으로 는다.

이동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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