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할아버지, 아빠 회사에서 모두 나가라고 한대요."세밑 동심(童心)도 시름겹다. 이맘 때면 청와대 홈페이지(www.cwd.go.kr) '어린이 마당'은 대통령의 건강과 행운을 바라는 어린이들의 천진스런 글로 가득 메워지기 마련. 하지만 올해는 나라살림을 걱정하는 e-메일들이 부쩍 늘었다.
"며칠 전엔 우리 집과 가까운 도청 쪽에서 농민들이 데모를 했어요. 아빠는 월급을 받았는데 은행 문이 닫혀 돈을 못찾았구요.
뉴스에서는 파업, 살인 등 무서운 이야기만 나와요."(창원에서 박민정양). "제 소원은 'IMF'를 극복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힘써 주세요."(부산에서 이신욱군). "아픔과 굶주림, 추위에 떨고 있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는 것을 알아주세요."(장예원양).
지역감정과 연일 요동치는 정치권도 어린이들의 눈에는 걱정스럽기만 하다. 한 어린이는 "할아버지!
요즘 정치가 엉망이라는데 조금 죄송스럽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정치 잘해주세요"라고 호소했고, 부산 금곡동의 박경숙양은 "대통령 할아버지는 왜 부산에는 안 오시고 서울만 도와주세요?
다음부터는 요 꼭 우리 부산에도 와주세요"라며 섭섭한 심경을 토로했다.
초등학교 6학년 김명현군은 "선생님이 법에 대해 가르쳐주면서 '우리나라 법의 좋은 점을 말해주고 싶어도 말할 게 없다'고 하셨어요"라며 이해못할 어른들의 세상을 꼬집었다.
청와대 공보비서실 관계자는 "경제, 정치 등을 걱정하는 글이 예전보다 많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올 들어 은행파업, 기업 구조조정, 주식시장 추락, 병원파업 등 부모들이 걱정할 일들이 부쩍 늘자 동심마저 우울해진 것 같다"고 평했다.
김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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