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최고의 성리학자 퇴계 이황(退溪 李滉ㆍ1501~1570). 내년은 퇴계 선생이 태어난 지 500년이 되는 해이다. 학계는 대규모의 퇴계학 국제학술대회를 준비하고 있으며, KBS 1TV는 퇴계의 삶과 사상을 재조명하는 신년기획 '굿모닝 미스터 퇴계'를 1월 1일 오전 10시 20분부터 100분간 방송한다.퇴계는 세계적인 철학자이다. 일본 중국 대만 미국과 유럽에서 퇴계를 연구하고 있다. 일본이 가장 활발하다. 퇴계 사상은 임진왜란 때 전해져 일본 근세 유학의 양대 산맥인 기몬(岐門)학파와 구마모토(熊本)학파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개방 이후 퇴계 연구 붐이 일어나 퇴계 문집과 후학의 글을 모은 '퇴계전서'가 번역됐고, 베이징(北京)대학원의 박사과정 전공자가 5명이나 되며, 창춘(長春)중의학원(한의대)은 12월 15일 퇴계학과 한의학을 접목하는 퇴계연구회를 공식 설립했다.
미국에서는 세계적인 석학 뚜웨이밍(하버드대 옌칭연구소)을 비롯해 마이클 칼튼(워싱턴대), 시어도어 드 베리(컬럼비아대) 등 여러 학자가 퇴계에 매혹돼 있다.
무엇이 이들을 사로잡는 것일까. 동양철학 연구자 이명수씨는 '퇴계 사상은 고리타분한 덕목이 아니라 미래 지향적인 철학'이라고 말한다.
그는 "퇴계 사상의 핵심인 '경(敬)'은 윗사람에 대한 공경 뿐 아니라 모든 사람과 사물에 대해 삼가고 우러르며 받드는 것"이라며 "이러한 태도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조화를 꾀하는 오늘날의 생태사상과도 통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시어도어 드 베리 교수도 "퇴계의 경(敬) 사상은 인간 모두에게 공통적인 덕목이 될 수 있다"며 세계적 보편성을 강조한다.
최근 외국 학자들은 퇴계로부터 자유민주주의의 결점을 치유할 대안을 찾는가 하면, 퇴계 사상을 생태학적으로 해석해 21세기 생존조건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중국 학자 장리원(張立文)은 퇴계 사상에서 오늘날 세계의 여러 위기를 극복할 대안을 구한다. 그는 "퇴계 사상이 큰 의미를 갖는 것은 그가 당대의 사회 문제들을 꿰뚫어보고 그러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모색한 데 있다"면서 "그는 생태 위기, 사회적 위기, 도덕적 위기, 정신적 위기, 가치관의 위기까지 다뤘다"고 말한다.
퇴계학 국제학술대회는 15개국 90여명의 학자가 참가하여 내년 10월 퇴계의 고장 경북 안동에서 열린다. 국제퇴계학회(회장 안병주)와 퇴계학연구원(원장 이우성)이 안동대 퇴계학연구소, 내년 봄 안동에 문을 여는 한국국학진흥원 등과 공동주관한다.
경상북도가 안동 일원에서 주최하는 '세계 유교문화 축제'(10월5~31일)의 하나다.
경상북도는 이 축제에 퇴계 유품과 저작 전시회, 유교 제례 등을 넣고 있으며, 퇴계 생가 옆에 퇴계 기념공원도 만들 계획이다.
KBS 1TV의 '굿모닝 미스터 퇴계'는 퇴계 사상을 오늘에 되살려 미래의 좌표로 삼고자 하는 기획물이다. 국내외 학자 인터뷰, 퇴계의 일생을 그린 짧은 드라마, 청소년 토론을 포함해 퇴계를 다각도로 다루면서 거기서 21세기의 대안을 찾는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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