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메일박스를 열었더니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보낸 카드가 떴다. 눈 덮인 들판에 두 마리 학이 큰 날개를 휘저으며 걸어가고 더불어 음악이 흐르는 애니메이션 카드였다.인터넷 시대에 어울리는 아이디어다. 신문사 논설위원실에 있으면 연하카드를 많이 받게 된다. 그러나 처음 배달된 것이나 뜯어 보지 그 후부터는 대부분 보낸 사람 이름만 훑어볼 뿐 개봉도 하지 않고 치워버리기 일쑤다.
■연말에 친지가 정성껏 보내온 카드는 우리 일상을 훈훈하게 한다. 그러나 정ㆍ관계 등의 유력 인사들이 보내는 카드를 볼 때 마다 "이건 낭비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거의가 비서들이 명단을 뽑아 우표만 붙여 대량으로 보내는 '정크메일'과 같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특히 e-카드가 편할 것이라 생각한다. 보내고 받는 사람 모두가 덜 번거롭고 처리도 간편하다. 특히 비용이 싸다.
■내가 아는 한 기업인이 들려준 말이 기억 난다. 그의 부친이 돌아가셨을 때 며느리들이 가장 귀찮아했던 일이 사진과 서류 등 고인이 남긴 많은 양의 생활 기록을 정리하는 일이었다.
그 광경에 분노한 이 기업인은 "어버지 유품은 내가 처리한다"며 일주일 동안 정리했다고 한다. 엄청난 분량의 사진과 각종 서류가운데 꼭 후손들이 관심 있게 여길 것만 빼고 전부 버리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사진과 기록 등을 될수 있으면 단출하게 정리하면서 사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종이와 필름이 귀했던 옛날처럼 행동해선 본인도 주위도 부담만 준다는 것이다.
디지털은 그래서 더욱 현대생활에 활용되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인은 데이터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보다 편리하고 자원의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e- 카드의 확산은 바람직한 추세라고 생각한다.
/김수종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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