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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 자연과 화해하는 삶으로

입력
2000.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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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생태학(Ecology)'만큼 주목 받는 분야도 없다. 생물과 주위 환경의 유기적 관계를 성찰하는 이 학문은 절박한 위기의식의 소산이기도 하다. 생태학적 인간관, 생태학적 사고, 생태학적 위기.. 그만큼 생존 환경으로서 지구는 심각하게 오염됐고,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그 연결고리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생태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 세 권의 책이 출간됐다. 전공 분야가 각기 다른 전문가들이 총체적인 삶의 위기를 염려하며 쓴 책들이다. 지구와 인간을 살리기 위한 식생활의 혁명적인 전환을 촉구하는 글도 있고, 대체의학의 전망과 함께 환경과 건강의 문제를 의학적인 관점에서 다룬 책도 있다.

지구는 환경위기 상태 자연친화 식생활 제시

▥지구적 사고 생태학적 식생활(생각의 나무 발행)

이 책을 읽고 나면 수입 농산물로 만든 식품과 각종 육류 식사를 멀리하게 될 것 같다. 한 겨울에 식탁에 오르는 칠레 산 딸기와 아프리카 산 망고는 신체에 여름의 신호를 전달함으로써 자연적 건강상태를 교란시키기 때문이다.

또 대규모로 사육되는 소나 돼지는 그만큼 엄청난 양의 식물을 먹어댐으로써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폭발적으로 늘린다. 인간과 지구를 동시에 고려한 소중한 안목이다.

저자들의 기본 시각은 지구가 50년 만에 라틴 아메리카 넓이의 토양이 파괴되고, 하천은 화학 폐기물의 하수구로 전락했다는 위기론에서 출발한다.

'식물성 식품의 선호''인근 지역에서 재배된 계절성 야채와 과일 먹기''사료 수입 축소' 등 저자들이 자연친화적 식생활 양식으로 꼽은 것들은 지금 당장 실천할 만한 대안들이다. 저자는 1992년 리우 환경회의의 창시자인 브라질의 생태운동가 호세 루첸베르거 등 7명이다. 홍명희 옮김.

육류.수입 밀가루 반대 세상을 살리는 '살림'

▥살림의 논리(녹색평론사 발행)

저자 장택희(40)씨는 아이에게 소시지를 권하는 어머니들이나 수입 밀가루를 보면 참지를 못한다. 소시지에 아질산나트륨이라는 몸에 해로운 발색제가 들어있고, 한달 이상 배를 타고 오는 밀가루에는 벌레조차 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음식을 아무 생각 없이 어린 자식들에게 먹이는 것은 부모로서 직무유기요 '죽임'의 행위라는 주장이 섬뜩한 느낌을 준다.

저자는 그래서 '살림'을 강조한다. 세상을 살리는 '살림'이다. 한끼의 고마운 식사에 혹시 '죽임'의 요소가 없는지 꼼꼼히 따지는 일이야말로 나와 가족과 세상을 살리는 일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무엇보다 육식을 반대한다. 고기 1㎏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밀 1㎏을 생산하는 데 드는 물의 100배 이상이 필요하다는, 지구적이고 생태학적인 관점에서다. 한국과학기술원에서 박사(재료공학) 학위를 취득한 저자의 치밀한 논리가 글의 설득력을 더한다.

화학물로 병든 생태계 새로운 의학 필요

▥새로운 의학, 새로운 삶(창작과비평사 발행)

책에 실린 17편의 글 중에서 김영치 서울대 의대 초빙교수가 쓴 '환경위기 시대와 현대인의 건강'이 먼저 눈길을 끈다. 저자는 병원이라는 제도적 틀 안에 갇혀버린 현대의료가 각종 화학물질로 오염된 병든 생태계를 다루기에는 너무나 심각하다고 강조한다.

비브리오 패혈증 같은 새로운 전염성 질환의 창궐, 항생제 오ㆍ남용으로 인한 변이 박테리아의 출현, 환경호르몬에 의한 수컷 보존의 위기 등은 기존 의학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전홍준 광주한방병원장은 '자연요법의 임상체험 이야기'에서 절식(節食)과 생채식을 위주로 한 자연요법을 소개한다. 서양의학의 기계론적인 방법으로는 치유가 거의 불가능해 보였던 난치성 질환들을 자연요법으로 해결된 사례들을 통해 생태학적인 새로운 의학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김관명기자

kimkw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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