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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대학도 구조조정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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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대학도 구조조정 하자

입력
2000.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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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대학교육을 이대로는 둘 수 없다. 지난 시절 우리나라의 고도 경제성장을 이끈 원동력은 대학이 배출한 우수한 인적자원이었다. 그런데 국가경쟁력 평가기관인 국제경영개발원(IMD)의 지난 해 발표에 따르면 우리의 교육경쟁력은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선진국의 문턱에서 국가발전을 주도해야 할 대학교육이 다른 분야보다 뒤떨어져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은 어떻게 해서 만들어진 것일까.

선진국 낡은 지식만 답습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지난 시절 선진국에서 빌어온 기술과 지식을 전수하고, 생산현장과 사무실에 필요한 인력을 공급함으로써 고도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현재 우리사회가 요구하는 인력은 중진국의 어느 대학에서나 키워낼 수 있는 평균적 고급인력이 아니라 독자적 창의력으로 연구와 개발을 앞장서서 이끌 수 있는 특출한 고급인력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대학은 여전히 선진국의 낡은 기술과 지식을 수동적으로 답습하면서 고만고만한 인력을 양산해내기에 바쁜 실정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중ㆍ고등학교부터 창의적인 교육을 시킬 수 있도록 제도와 환경을 정비해야 한다.

대학이 한 단계 더 수준높은 신입생을 확보해 정상적 교육을 하자면 우수한 학생들을 보통학생으로 전락시키는 현행 중ㆍ고등학교 교육을 바꾸어서 학생들의 개성과 능력을 구별하고 존중하는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또 사교육의 억제라는 당초 목적과는 달리 사교육의 범람을 조장하고 있는 입시제도를 전면적으로 손질해 각 대학이 독자적 방식으로 우수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백화점식 경영 탈피를

둘째, 교수의 연구력을 제고시키고 학생의 면학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대학 나름대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대학은 연구하고 공부하는 풍토 마련을 위해 제도적 정비를 착실히 해나가고, 정부는 이를 뒤에서 강력히 후원해야 하며, 이로 말미암은 대학의 일시적 혼란에 대해 정부는 자율이란 이름 아래 방관할 것이 아니라 분명한 태도로 시비를 가리며 개입해야 한다.

그리하여 교수는 교수로 임용되는 순간에, 학생은 대학에 입학하는 순간에 마치 목적이 성취된 것처럼 착각하는 대학의 악습을 불식시켜야 한다.

셋째, 각 대학은 특색있는 대학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많은 학과를 거느림으로써 대학의 발전을 도모하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 대학은 백화점식 경영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분야의 집중육성으로 스스로의 명성을 쌓을 때가 되었다.

경쟁 원리 체질화시켜야

넷째, 정부는 사학에 대한 획기적인 재정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는 막대한 재정지원을 받고 있는 국립대학들이 재정지원이 거의 없는 사립대학과의 경쟁에서 날로 뒤떨어지고 있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국립대학을 무경쟁의 온실 속에서 끌어내는 동시에, 현재 사립대학재정의 3~4% 수준에 머물고 있는 재정지원을 선진국의 4분의 1 수준인 10% 정도로라도 끌어올림으로써 사립대학의 인적ㆍ물적 자원관리능력을 북돋워 줄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다섯째, 대학에도 과감하게 경영의 원리, 경쟁의 원리를 도입해야 한다. 미국이 최선진국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원동력은 바로 이러한 원리를 체질화한 대학으로부터 나온다.

우리나라의 대학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경영의 시각에서 대학을 보면서, 교수와 학생을 경쟁의 원리로 강인하게 단련시켜야 한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하자면 대학교육을 한 단계 높여야 하고, 그러자면 지금처럼 교육개혁을 정부와 대학이 서로 멈칫거리며 추진해 나갈 것이 아니라 국가의 명운이 걸린 문제라는 공동인식 아래 함께 결연한 자세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노건일ㆍ인하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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