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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end / 영화 - 십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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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end / 영화 - 십이야

입력
2000.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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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두 밤(12夜) 지새도 알 수 없는 것이 사랑이다. "이래서 사랑하고." "그래서 헤어졌고." 라는 식으로 분석하지만, 그것이 과연 맞을까.홍콩 여류감독 린아이화(林愛華)는 그 사랑의 정체를 열 두 밤의 짧고 예쁜 이야기로 잡아낸다. 마치 '사랑에 관한 12가지 것들'이란 제목의 수필 같은 영화. '12야' 는 어쩌면 그래서 사랑의 고민은 영원하며, 수만 가지 색깔을 띠며, 늘 새로운 것인지 모른다고 속삭이는 듯하다.

사랑의 비극은 어처구니없는 사소한 오해에서 온다. 한 친구로부터 두 사람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점괘를 받고, 남자 친구가 다른 여자를 만났다는 근거도 없는 얘기를 또 다른 친구로부터 들은 여주인공 지니(장바이즈)는 이별을 선언한다.

그리고 "사랑은 질병이라 빨리 극복하는 것이 좋다"(제1야)며 바로 그날 친구의 애인인 알란(천이쉰)과 연인이 된다. "이건 운명이야"(제2야).

사랑에 빠지면 제정신이 아니다(제3야). 오직 사랑에 취해 있을뿐. 문득 정신을 차려 "내가 이 못난이를 뭘 보고 좋아했을까"라며 반문하지만 이미 마음속에 용서의 마음이 가득한데.(제4화). 이쯤 되면 '오직 나'란 소유욕과 질투심이 발동한다.

그래서 알란은 여행을 떠나는 공항에서 만난 지니의 옛 애인 때문에 화를 내고, 남성우월적 태도를 드러낸다(제5화). 남자는 변하고 있다. 파티복이 마음에 안든다고 옷을 수십번 갈아입게 하는 남자를 보며 여자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한다. "자존심은 이제 얼굴밖에 없구나"(제6화).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사랑해?"라는 질문으로 사랑을 확인해 보고 싶은 여자(제7화)는 남자를 위해 모든 시간을 바친다. 그럴수록 남자는 여자가 부담스럽고 귀찮다. 여자는 "당신의 행복이 내 행복이 아닌가요?"(제8화)라고 반문한다.

여자는 깨닫는다. 아, 남자에게 사랑은 삶의 한 부분일 뿐이구나. 우리는 맞지 않는구나.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라는 의심은 이별로 이어지고 (제9야), 사랑은 늘 헤어진 후에야 진심을 깨닫지만(제10야), 그 사랑이 마지막이길 바라는 남자(제11화)와 달리 여자는 또 다른 남자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다(제12화).

지니는 또 다시 '12야'를 거칠 것이다. 그 사랑이 성공하리란 암시는 어디에도 없다.

시나리오 작가 출신인 감독은 "사랑은 간식 같다"고 했다. 달콤한 간식만큼이나 영화는 상큼하다. 여성 관점에서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게 읽어낸 감독의 탁월한 눈과 깔끔한 구성과 연출, 한국영화 '파이란'의 주연을 맡게 된 장바이즈의 이미지가 멋지게 맞아 떨어진 셈이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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